만성신부전 친구 신장이식 지켜보며 생명나눔 꿈 키워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광주전남지부(이하 장기본부)는 지난 6일 939번째 신장기증인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기증 수술을 진행한 조시운 씨(30세, 광양시)는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신장을 기증하게 되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30살 청년인 조시운 씨다. 자신이 지금껏 가족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자 만성신부전 환우의 생명을 살리게 됐다는 조 씨는 지난 6일 수술대에 올랐다.
10여년 전, 우연히 ‘가시고기’라는 책을 읽고 이식을 기다리는 환우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장기기증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조 씨는 바로 장기본부를 통해 사후 장기기증과 조혈모세포 기증을 서약했다.
“살아있는 동안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가장 귀한 나눔이라고 생각 했죠.”
어려서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라온 조 씨에게 나눔은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헌혈을 통해 고통 받는 환우들을 도왔고, 외롭고 어려운 형편에 놓인 보육원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보내주는 등 어머니의 가르침을 따라 이웃사랑을 실천하게 됐다고 한다.
조씨의 신장기증 결심에는 죽마고우인 조씨의 친구의 영향이 제일 컸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조씨의 친구는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인데 평소 술, 담배도 하지 않았고, 매우 건강했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신장병을 앓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죠.”
일주일에 세 번 4시간씩 혈액투석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친구와 친구의 병간호를 하느라 힘겨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조 씨는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친구가 어머니로부터 신장이식을 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너무도 감격적이고 기쁜 순간이었죠.”
투병생활을 하던 조씨의 친구는 지난 2007년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신장이식을 받고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신장 하나를 기증한 후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친구의 어머니와 생명을 선물받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생명나눔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는 조씨는 장기기증이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장기본부를 찾아 생존시 신장기증을 등록을 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조씨는 직장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제가 교대 근무를 하는 터라 수술 때문에 한동안 쉬게 되면 동료들이 제 대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좋은 일을 한다며 선뜻 저를 위해 배려해주셨어요.”
현재 제철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씨의 생명나눔을 응원하는 많은 직장동료들의 배려로 한 달이라는 특별한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조씨의 순수 신장기증으로 총 4명의 신장이식 릴레이 수술이 이뤄졌다. 조씨의 신장을 이식받는 박모군(19세)은 3년째 만성신부전을 앓아오다 지난 5월 6일 새 생명을 얻었다. 또한 아들이 신장이식을 받은 것에 감사하며 박모군의 아버지는 역시 오는 6월 오랫동안 신장이식을 기다려온 만성신부전 환우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다. 이로써 조씨의 신장기증을 시작으로 2명의 만성신부전 환우가 새생명을 선물 받게 되었다.
이번 신장기증을 진행한 광주전남지부 김동화 사무국장은 “살아서 건강할 때 신장을 기증한 경우가 광주전남지역이 가장 많습니다. 의(義)의 고장! 의향(義鄕)이라는 자부심으로 더욱 더 많은 분들이 생명나눔운동인 장기기증에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라며 장기기증 동참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