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치킨·인형 놓여…“밝게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랄게”
[광주타임즈]“주위를 살피지 못한 어른들이 미안해. 아가야 사랑해. 그곳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랄게.”
지난달 31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안에는 오전 9시쯤부터 A 양(7)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공간이 설치됐다.
하나둘 놓이기 시작 국화꽃은 어느새 수북히 쌓였고 그 주변으로 치킨과 고릴라 인형 과자와 음료수 등이 놓였다.
하교 후 귀가하던 길에 후진하던 폐기물 업체 차량에 치여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A 양을 애도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남학생 3명은 다가와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인근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는 사범 김 모 씨(25)는 떠나간 아이가 마음에 남아 오전부터 5차례 추모 공간을 찾았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채 국화꽃을 들고온 자매 정나현(40)·정다영(38) 씨는 3분 여 묵념을 올렸다.
자매는 “엊그제 우리 엄마의 장례식을 치렀다”며 “너무 어린 나이의 아가가 참혹하게 떠났다길래 할머니 손잡고 외롭지 않게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김가온 양(10)은 메모지에 ‘동생아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길 바래’라고 적어 추모의 뜻을 전했다.
추모글에는 ‘웃는게 사랑스러웠던 우리 아이. 그곳에선 더 환하게 웃으며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랄게’, ‘동생아 이 기억 잊지 않을게’, ‘1학년 동생아 천국 가서는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살아야해’라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시민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인도에서 벌어진 참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참사 소식을 듣고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현장을 찾았다는 한 시민은 “어른들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참사다”며 “일반 승용차도 쓰레기 수거차량도 항상 인도에 올라와 있어 예견된 일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인근 아파트에서 유모차에 11개월된 아이와 함께 온 김연진 씨(32)는 눈물을 글썽이며 “어제 큰 사고가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도 재활용 업체 차량이 혼자서 작업하는 것을 봤다”며 안전 불감증을 지적했다.
간식거리를 두고 기도하던 박민지 씨(33·여)는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는다”며 “근처에 초·중학교와 학원 있어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인데 재발 방지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 딸과 사고 현장을 찾은 주민 박모(39)씨는 “우리 딸의 같은 반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 믿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고”라며 “같은 부모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멀찍이 사고 현장을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 최모(47·여)씨는 “딸을 잃은 부모는 이제 어떻게 사느냐”며 “누가 집 앞에서 이런 사고를 당하리라 생각하겠느냐”고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0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인도에서 폐기물을 수거하던 5t 청소차가 후진하다 하교하던 A양을 들이받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