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긴 운전자 홀로 2㎞ 달리다 사고내 숨져
“공적 제재 신뢰 높이고 콘텐츠 제재 강화”
[광주타임즈] 광주에서 유튜버에 쫓기던 음주 의심 운전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누군가를 응징하는 사적제재 콘텐츠 문제가 재점화하고 있다.
유튜버가 음주 운전자 추격·검거 과정을 고스란히 생중계하는 ‘사적 제재’가 공권력을 대신한 정의 구현인가, 사고 위험·신상 노출 등 2차 피해만 양산하는 돈벌이 수단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음주 의심 차량 추격·검거 콘텐츠를 생중계하는 유튜버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3시50분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며 30대 B씨를 추궁하며 쫓아갔다. A씨와 그의 구독자들의 차량 등 총 3대는 B씨의 차량을 따라붙었다.
B씨는 A씨와 간격이 멀어진 이후 약 2㎞를 빠른 속도로 달리다 광산구 산월동 한 도로 갓길에 주차된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숨졌다.
당시 이들의 추격전이 유튜브에 생중계되면서 수백명이 이 과정을 지켜봤다.
A씨가 정당한 사법체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추적에 나서다 시비에 휘말린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구독자 수만 명을 보유한 스트리머인 A씨 일행은 유흥가 등지에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부터 단속 검문·적발까지의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른바 ‘참교육’ 영상을 만들어 구독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
A씨는 멀쩡한 운전자를 음주 운전자로 착각하고 뒤쫓다 차량 통행을 방해하거나, 피의자의 얼굴을 생중계하다 폭행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A씨와 그의 구독자들은 지난해 12월 광주 북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 의심 차량을 뒤쫓는 콘텐츠를 찍어 주행하던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한 혐의(도로교통법상 공동위험행위 위반)등으로 지난 7월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운전자 C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지난 1월에도 A씨의 일행은 음주운전자 D씨의 경찰 검거과정을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운전자와 폭행 시비가 붙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유튜버들의 사적제재를 두고 ‘도 넘은 장사’ 혹은 ‘미진한 공권력의 대안’ 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법이 미진하니 시민들이 분노하는거고, 사적제재가 나오는 것”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피해자를 이용해 돈을 버는 장사치”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유튜버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2차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거나, 공익 제보를 넘어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공적 제재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유튜브의 자극적인 콘텐츠 관리 감독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시청자들이 이른바 ‘참교육’ 유튜버들의 영상에 열광하는 이유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을 일부 해소하기 때문”이라며 “공적 제재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플랫폼을 제공하는 유튜브가 자극적인 콘텐츠가 확산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제재 규정 등을 구체화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