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없애고 상생” 여론 비등…통합 전제 공동의대 힘 실려
통합 합의 무산되면 ‘1의대 2부속병원’ 단일안 추진 불가피
[광주타임즈]박주영 기자=‘의과대학 불모지’ 전남의 30여 년 숙원사업인 국립 의대 신설이 돌고 돌아 당초 계획했던 ‘목포대·순천대 통합 전제 공동 의대’로 귀결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 전제 공동 의대는 전남도가 수개월간 추진해 오다 일부 지역 반발로 포기한 방식으로, 최근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다시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전남도와 목포대, 순천대는 공동 단일 의대 설립 추진에 합의하고 2월 하순 실무협의를 통해 공동 의대 설립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에 국립 의대 설립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공동 단일의대 설립 방식으로는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의대(NOSM·노슴)를 모델로 삼았다.
단일 의대 아래 1000㎞ 거리의 동·서부 2개 캠퍼스를 운영 중인 노슴대학을 롤모델로 목포와 순천에 단일 교명의 제1, 2캠퍼스를 세우고 지역 특화형 부설병원을 운영한다는 게 기본 취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월 민생토론회에서 전남 국립 의대 설립을 공개 약속하면서 의대 신설은 급물살을 탔으나, 조건부로 내건 ‘전남도의 선(先) 대학 결정’과 ‘공모 결정’ 방침을 두고 동·서부권 갈등이 심화되면서 설립 방식은 통합과 단독, 공동 의대를 두고 혼란과 논란이 이어졌다.
결국 전남 국립 의대 신설 정부추천 용역주관사인 A.T커니코리아와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 12일 용역 1단계인 설립방식선정위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설립 방식으로 ‘1대학 2병원 신설’과 ‘통합 전제 공동 의대’ 등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제1안인 ‘1+2’는 두 대학 중 한 곳에 의대를 짓고 부설병원은 동·서부권에 한 곳씩 두되, 미추천 대학에는 의대에 버금가는 ‘첨단의과학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지만, 특정 대학 한 곳에만 의대가 설립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잠재적 갈등이 우려됐다.
이 때문에 지역 정·관·학계에서는 1안을 차라리 차선책으로 두고, 2026학년도 정원 배정 시한(11월)까지, 그동안 가장 이상적인 안으로 여겨져온 통합 공동 의대의 불씨를 살려보자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양 대학 총장은 물론 처장단, 대학 구성원 단위에서 물밑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보건의료 전문가 상당수도 1대학+2병원보다 후유증과 갈등을 없앨 수 이는 공동 의대를 선호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김문수 의원도 공개적으로 순천대의 공모 참여를 요구했고, 전남도의회도 입장문을 통해 승자 독식이 아닌 사실상 통합 또는 공동 의대를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최근 실국장 회의에서 “지난 1월 정부가 공동 의대 제안을 반대한 것은 당시 대학 통합 얘기를 안 했기 때문”이라며 “이후 여러 경로를 타진해 보니, 확실히 통합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리에선 “통합 의대가 솔직히 여러모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인 것 만은 분명하다”는 말도 했다.
전날 용역사와 순천대 간 만남에서도 통합대학 전 단계로 단일 교명의 공동의대안이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통합까지는 최소 4, 5년이 소요되는 만큼 우선 통합을 대전제로 두 대학이 확약서를 작성해 교육부에 제출하고, 조직과 구성원, 교명 등과 관련한 세부계획서를 꼼꼼히 짜는 방안도 실리적인 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대학 통합, 1도(道) 1국립대에 대한 정부 입장이 워낙 확고해 우선 통합에 최선을 다하되, 마지막까지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대학 2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