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방향 여론 분열 씨앗 될 수도…일회성 끝나선 안돼”
추진단 “지적 인지…실시설계안 확정 후에도 변경 가능”
[광주타임즈] 문화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추진단)이 진행 중인 5·18민주화운동 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복원 관련 전시 콘텐츠 설계 진행 상황을 두고 지역 시민단체와 5·18단체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간 전시 콘텐츠 설계 방향을 둔 여론 수렴이 일부 단체에 편중돼 왔고 뒤늦게 관련 대시민 공청회를 열기로 한 방침에 미흡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옛전남도청범복원범시도민대책위(대책위)에 따르면 26일 오전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기본설계’ 관련 시민 대상 첫 공청회가 열린다.
공청회는 추진단의 도청 복원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여론이 수렴돼야 한다는 대책위의 요구에 마련됐다. 공청회에서는 추진단 관계자가 최근까지 반영한 도청 복원 과정에 담기는 전시 콘텐츠의 유형과 성격, 표현 방법 등을 시민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추진단은 도청을 랜드마크 이상의 ‘마인드마크’(Mindmark)로 삼는다는 기조 아래 전시 콘텐츠를 꾸린다. 도청을 ▲도청 본관 ▲도경찰국 본관 ▲상무관 ▲도청 별관 ▲도청 회의실·도경 민원실 등 5개로 구획화, 각 주제에 맞는 전시 콘텐츠를 설계했다.
도청 본관에 설치되는 전시물을 통해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의 5·18 기록을 집대성하고 본관 내부 곳곳에 국내·외 언론과 시민 제보로 확보된 사진 자료를 통한 원형 복원을 진행한다.
도경찰국 본관에서는 층별 영상·재현 전시를 통해 항쟁에 투신한 민중을 중점으로 다룬다. 안병하 당시 치안감 지휘 아래 계엄 기간 전남경찰과 광주 시민의 이야기도 당시 경찰국장실 재현을 통해 풀어낸다.
5·18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상무관은 의미를 살린 추모 공간으로, 도청 회의실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밖에 도청 별관은 방문자 센터 등 방문객 편의 제공 시설과 함께 도청 역사를 담은 전시 공간이 들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추진단이 5·18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불투명했고 실시설계 막바지 단계에서야 대시민 공청회를 연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이 폐쇄적인 환경에서 이어져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단은 지난 7월 말부터 5·18 단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설계 기본계획안을 통한 설명회를 10여 차례 열어왔다. 그러나 이 설명회들은 모두 비공개·당사자 한정으로 진행됐다.
대시민 공청회 개최 여부와 날짜는 이달 초에야 확정됐다. 대책위의 개최 요구 전까지 대시민 공청회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청이 가지는 ‘민중항쟁 중심지’ 성격을 감안할 경우 시민 대상 공청회 개최 시일이 크게 뒤늦었고 사업 진행이 지나치게 기관 편의적이라는 설명이다.
도청을 중심으로 일어난 광주 시민들의 항쟁 일대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넝마주이와 구두닦이로 대표되는 기층민중들이 도청과 적십자병원을 오가며 시신을 염하고 수습한 과정은 전시 콘텐츠에 담기지 않았다.
복원 대상에 도경찰청이 포함된 탓에 당시 경찰 공무원의 이야기를 상당 부분 할애한다는 지적도 있다. 추진단은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기간(1979년 10월27일~1981년 1월24일) 동안 해직된 경찰관 등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도청에 반영하기로 했다. 당시 해직 경찰관 수는 전국에서 1252명 규모다.
그러나 당시 상황일지 등 의도적인 기록 말살, 계엄군과 시민의 대치 구도 속 경찰서를 버리고 달아난 점 등 경찰의 과오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단락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칫 민중항쟁의 성격이 주객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5·18 관계자는 “도청은 단순히 광주시민들이 모이고 항쟁 의지를 다진 공간이 아닌 주체적인 수습이 이뤄진 곳이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담아야 하는 곳이며 시민이 주인공이 돼야 하는 곳”이라며 “각계각층을 떨어트려 놓고 진행하는 일회성 여론 수렴은 오히려 여론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추진단 관계자는 “의견 수렴 방식과 관련된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 대책위가 제안한 공청회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실시설계안은 오는 11월 최종 확정될 예정이지만 이후 전시물 제작 과정에서도 의견 수렴을 이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용을 변경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