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장 옆” 단서 삼아 집 찾아줘
아들에게 치매 노인 지원 안내까지
[목포=광주타임즈]김양재 기자=“나이도 모르것고, 집 주소도 까먹었는디. 우리 집은 쓰레기장 옆에 있어라~”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30분께 목포경찰서 이로파출소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택시에서 내린 운전기사는 이로파출소 조은성(28) 순경에게 “할머니가 집을 모르는 것 같다”며 박모(102·여)씨를 인계했다.
조 순경은 박씨에게 “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집은 어디세요?”라고 물었으나, 박씨는 “나이도, 이름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우리집은 쓰레기장 옆에 있다”고만 되풀이했다.
조 순경은 우선 박씨를 안정시킨 뒤 인적사항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물론 신분증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여기에 지문마저 닳아 지문 조회를 통한 신원 파악도 어려웠다.
유일한 단서는 박씨의 집이 ‘쓰레기장 옆’이라는 것. 조 순경은 박씨를 순찰차에 태워 지역 내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그렇게 6번째 아파트 단지에 들어설 무렵 뒷좌석에 앉아 있던 박씨가 조 순경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이짝으로 가야제.”
조 순경은 해당 아파트에 들어서 한 단지 옆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발견, 사건 발생 40분 만인 오후 12시10분께 박씨를 안전하게 귀가 시킬 수 있었다.
조 순경은 또 집안 식탁 위 종이에 적힌 박씨의 아들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귀가 사실을 알렸고, 향후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까봐 치매환자의 실종을 예방할 수 있는 치매노인 배회감지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경찰 출신인 할아버지를 따라 경찰이 된 지 9개월이라는 조 순경은 “집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이 났다”며 “정성치안, 따뜻한 경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