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문항·조사 시점 쟁점…업체선정도 관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여론조사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양측은 20일 밤 늦게까지 공론조사 방식과 여론조사 문구 등을 놓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식 후보등록일(25~26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론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단일화 방식이 후보간 담판에 의한 결정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결국 여론조사가 대안으로 남는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양측은 전날 협상에서 질문 문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문 후보 측은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묻는 '적합도' 조사를, 안 후보 측은 '박근혜 대 문재인' '박근혜 대 안철수' 간의 가상대결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결정하는 '경쟁력' 방식을 각각 제안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적합도'에서는 문 후보가, '경쟁력'은 안 후보가 대체로 앞섰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부터 재개된 협상에서도 이 부분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적합도와 경쟁력을 모두 반영하는 '절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후보 측 홍영표 종합상황실장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조사 문구와 관련, "경쟁력과 적합도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단어가 한 문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시기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시기가 주말이냐 주중이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린다는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20·30대 지지가 높은 안 후보는 주말인 24~25일 조사가, 장년층의 지지도가 높은 문 후보는 주중인 22~23일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볼 때 조사 시기는 비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조직 동원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사 시기는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업체는 양측이 제시한 기관 중 공통되는 곳을 몇 군데 추려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는 매출액 10위권의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하는 데 합의했지만, 이들 기관이 정치적 시비에 말려들길 원치 않다며 거부했다.
여론조사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업체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응답률이나 여론조사원의 질문 방식 등 작은 차이에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응답률 30% 이하의 조사는 그냥 참고용으로만 활용할 뿐 실제로 이를 적용하지는 않는데, 우리나라 조사 기관은 5%를 밑도는 곳이 태반"이라면서 "우선적으로 응답률이 높은 기관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ARS 조사가 아닌 직접 응답 방식이어야 하고 조사원의 전문성도 담보돼야 한다. 사후 검증 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라면서 "이런 기준으로 선정한다면 몇 개 기관으로 추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에서 결론이 날 경우 양측이 이에 승복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일 경우에는 통계학적으로 우위를 가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를 근거 자료로 삼고 결국 후보간 담판으로 단일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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