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광산구에 따르면 신창동 진흥고등학교 인근 용수마을 주민들이 지난 20일 이웃에 위치한 한 아파트 경로당에 예쁜 주방을 선물했다.
오래된 싱크대 문짝이 너덜거려도 형편이 어려워 새로 바꿀 엄두도 못 내던 일을 용수마을 주민들이 나눔으로 바꿔준 것.
신창동 주민센터로부터 경로당의 소식을 접한 용수마을 주민들은 자치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매달 열리는 마을 가족모임에서 이호근(68) 촌장은 주민들에게 이웃의 딱한 사정을 알렸다. 이에 마을주민이자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좋은공간의 김진완씨가 절반의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마을주민들도 나머지 비용을 내기로 뜻을 모았고, 이 같은 의지는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용수마을 주민들에게 나눔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그 동안 인근 고등학교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고,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이웃 가정에 싱크대를 무료로 설치해 주는 등 소리 없는 선행을 지속해 오고 있다.
39세대 120여명이 거주하는 용수마을 주민들은 시골 자연촌락의 '상부상조' 정신과 살가운 정서를 현대 마을에서 자치의 힘으로 계승·실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나눔처럼 마을의 많은 대·소사를 마을자치회, 부녀회에서 결정한다. 매달 가족모임을 열고, 회비를 걷어 자체적으로 집행하는 등 자치의 기반도 튼튼하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월례행사처럼 진행하는 마을 청소와 마을가꾸기는 시골마을의 '울력'이나 다름없다.
'마을의 최고 연장자라고 주민들이 촌장의 직함을 줬다'는 이 촌장은 "이웃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어 이번 일을 마을주민에게 알렸다"며 "혼자 잘사는 동네가 아닌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용수마을이 되도록 주민들과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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