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굴비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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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굴비에 얽힌 사연
  • 광주타임즈
  • 승인 2022.08.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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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所山만평]나윤수 논설위원=추석 선물로 영광굴비가 많이 팔릴 때다. 굴비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이다. 예로부터  영광산이 최고 진상품이다. 조기라는 이름의 기원은 황윤석의 ‘화음방언자의해’에 기록돼 있다. 물고기중 으뜸이라는 뜻의 중국어 종어(宗魚)가 급하게 발음되면서 ‘조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때를 따라 물을 좇아 온다고 해서 추수어 (追水魚)라 했다.

동중국해서 겨울을 난 조기는 바닷물이 따뜻한 봄 제주도, 흑산도를 거쳐 영광 칠산 앞바다에 이른다. 3월에서 4월 사이 암 컷이 칠산도 앞바다에서 산란를 하고 황해도 앞바다로 떠난다. 그 맛이 최고조에 달할 때가 바로 영광 칠산 앞바다에서 잡힌 조기다. 그때 잡은 조기를 영광산 천일염에다 법성포 하늬 바람에 잘 말리면 영광 굴비가 된다.
조기가 굴비가 된 데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조기를 짚으로 말리는 과정에서 머리와 꼬리부분이 점점 구부러지는데 마치 굽은 등처럼 보인다 해서 우리 말로 ‘굽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것이 점차 구비, 굴비로 부르게 됐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고려 인종 1126년. 이자겸이 난을 일으킨다. 이자겸은 권력을 잡았으나 인종이 회유한 그의 사돈 척준경에게 제압 당한다. 이자겸은 지금의 전남 영광군으로 유배됐다. 귀양 온 이자겸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굴비 맛을 본다. 그 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혼자 먹기 아까워 자신이 폐위시키려 했던 고려 인종에게 진상 한다. 그러면서 이자겸은 굴비를 한자로 굴비(屈非)라고 함께 써 보냈다.

屈非! 우리 말로 풀이 하자면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자겸이 비록 귀양은 왔지만 굽히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붙인 이름이다. 굽히지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것이 굴비다. 추석이면  인기 품목 굴비다. 한때는 세트에 100만원을 훌쩍 넘겨 호화 선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호화선물의 대명사로 지조를 상징하는 굴비가 그 이름을 더럽혔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에는 김영란 법의 직격탄을 맞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올 추석에는 제사상에 굴비를 올리거든 굴비처럼 지조 있게 살게 해달라고 소원 한마디 덧붙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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