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나는 누구인가? 본래 ‘나’라는 말은 ‘너’를 전제로 해서 생긴 말이다. 만일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만이 생존에 있다면 그는 ‘나’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내 것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저 절해고도에 혼자 있는 사람이 나와 남이 따로 있으며 내 것과 남의 것이 나눠 있을 리 만무하지 않는가. 그대가 있음으로 해서 내가 있고 내가 있음에 그대가 있으니 나는 너를 낳고 너는 나를 낳아준 셈이다. 그러므로 너 없이 내가 있을 수 없고 나 없는 네가 있을 수가 없다. 너와 나는 하나요, 바로 우리인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해서 대인은 나와 내 것이 따로 없고 오직 우리만이 있다고 했으며, 보살은 일체중생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요, 남의 즐거움이 나의 즐거움이니 나는 본래 없는 것이라 했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요, 나와 세계가 둘이 아닌 우리 함께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옳은 말이 아니던가. 분명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 우리일 뿐이다. 그런데도 각자 사람들은 나만, 내 것만을 내세우고 서로 싸우고 욕하며 원망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저 하나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려 한다. 오직 나만을, 내 것 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잘한 것은 내 탓이요, 못한 일은 다 남의 탓이라고만 한다. 누구 하나 잘못된 일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남의 탓이요, 그대들의 책임이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잘못돼진 일들, 책임져야 할 일들만 남고, 그 일에 책임을 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 남의 일들이라고만 한다. 그야말로 무주공산에 도깨비들만 날뛰는 꼴이 됐다. 그렇다면, 제각기 ‘나’라고 하는 나는, 우리들은, 어디서 살고 무엇을 해왔다는 말인가. 저 한 점의 티도 없는 무변허공이 일을 꾸미고 저질렀단 말인가. 모든 잘못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한단 말인가.
분명 인류의 역사는 우리들 인간이 만든 작품일 뿐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만든 일은 좋든 싫든 그 책임을 우리가, 우리들 스스로가, 내가 저야 하고 내가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경제적인 어려움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거기에 장마와 폭염까지 이렇게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오늘, 원망과 좌절 그리고 자신감과 독려의 소리가 뒤섞인 이 현실 앞에 우리 조용히 눈을 감고,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정리해 보자.
나는,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모든 일에 떳떳했고 정의롭게 살아왔는가?
나는 나만이 아닌 우리들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베풀고 그들과 함께하며 살아왔는가?
우리 사회에 잘못된 일이 있다면 그 책임이 나에게는 하나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나와 남이 둘이 아니요, 나와 세계가 둘이 아닌 우리 함께인 세상에서 모든 것은 ‘네’ 탓이 아닌 ‘내’ 탓이요 ‘우리’ 탓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