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군주시대에만 노예가 있고 독재시대에만 졸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신분의 노예가 없는 대신에 사고와 판단의 노예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유행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그 만큼 노예근성이 충만해 있다는 예증이다.
오래전 풍자되었던 영자의 전성시대가 떠오른다. 작은 손 영자는 사내들의 마음을 움켜잡았고 큰손 영자는 남자들의 목덜미를 거머쥐었다. 그래서 한다하는 사내 사랑에 울고 돈에 속았다.그렇다고 이 땅 위에 작은 손 영자, 큰손 영자, 둘만 사는게 아닐것이다. 모든 여자가 다 영자적 기질을 갖고 있고 또 근성을 지니고 있다. 굽은 코뚜레도 곧은 참나무로 만들거늘 하물며 여자가 영자로 되는 거야 일이 아니다.
다만, 영자만한 기교와 영자만한 술수를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영자가 아닐 따름이다.
이는 지난날 사극속 드라마에 등장한 장희빈 을 우린 악독하다고 욕했던 여성들 만큼 장희빈의 미모와 계책을 갖지 못한 여자가 많을 뿐이라는 얘기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그래도 감칠맛이 나는 애교가 있고 의표를 찌르는 충격이 있다. 그런 시절을 지나서 불현듯 요즘들어 졸개들의 전성시대에 이르고 보니 애교는 간 데없이 과시만 남고 충격은 간 데없이 모방만 남는것 같다. 그래서 졸개들의 세상이 오는 걸까? 그렇다 시류에 편승하고 나혼자 뒤질세라 허겁지겁들이다. 혼자가는 천국길보다야 여럿이 가는 지옥불이 훨씬 더 매력적일 것이니까? 그만큼 졸개근성은 모방과 과시로 드러난다. 남이 가진 것을 안 갖고는 못 배기고 남이 하는 짓을 안 하고는 못 배긴다.
정치판에서 감투 쓰는 거야 전쟁터에서 투구 쓰는 일이니 나무랄 게 없지만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될 정치인들이 감투에 젖어 펄떡이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쪽 무겁기만 하다. 이제는 감투 때문에 속상해 할 것도 없고 서로가 눈치 볼 것도 없는 세상이 참세상이 아닌가? 그러나 인간 바탕이 졸개인 자일수록 권력을 잡거나 돈을 번 후에는 ‘원숭이 갓 쓰고 훈장다’는 격으로 무시기 학위를 받고 거시기 저서들을 홍수처럼 발간 한다. 요즘 졸개들의 합창은 번갯불이다. 졸개들의 과시욕은 밑도 없고 끝도 없다.
남들이 다 쓰는 거시기 책 한권, 남들이 다 얻는 무시기 학위 하나쯤 못쓰고 못 얻는 사람이 푼수가 된 사회이다. 졸개근성 그 무엇보다도 노예근성에 젖어 뿌리들을 깊이 박고 살고 있다. 그렇다 군주시대에만 노예가 있고 독재시대에만 노예가 있는게 아니었다. 작금의 현실은 신분의 노예가 없는 대신 생각의 노예가 만연하게 깔려 있으니까... ‘주출망양’이라는 옛말이 무색하리 만큼 이 세상이 낮도깨비만이 날뛰는 세상으로 변해 간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일까? 졸개의 전성시대야 말로 얼마나 자유스런 노예의 천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