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박효원 기자=11월 4일 오늘은 ‘점자의 날’이다.
바로 송암 선생이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고자 하는 날이며, 올해 95주년을 맞았다.
‘훈맹정음’이라 불리는 한글점자 창안자인 송암 선생은 한국 맹인 교육의 선구자다.
그가 만든 6점식 점자는 오늘날 ‘한국점자규정’의 표준이 될 정도로 한국 특수교육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청각과 촉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는 ‘언어’이자 ‘눈(目)’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명분아래 최근 시각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눈이 사라져 이동의 불편함을 겪고 있는 상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인터폰 등 많은 이들의 손이 닿는 곳곳에 부착돼 있는 ‘항균 필름’과 QR코드 전자출입명부, 정부 긴급재난문자 까지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할 것 없이 시행되고 있는 방역 방법에 시각장애인들이 속수무책 사각지대로 내몰린 것이다.
특히 항균필름은 구리 소재를 사용해 스테인리스·은나노 코팅보다 높은 항균력을 지녀 감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사용처는 늘어만 가는 추세다.
하지만 손끝의 감각으로 점자를 읽어 층수를 인지하고 안내문을 읽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항균 필름은 오히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으로 닥쳤다.
코로나19로 비장애인들이 일상을 잃어갈 때, 시각장애인들은 일상 뿐 아니라 ‘언어’마저 잃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점자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점자사용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보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신설 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방역 속에 사회적 약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들의 현실을 감안한 제도적 장치가 됐다.
방역과 관련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또한 중요하지만 그로 말미암아 고통 받는 이들이 없는지 살펴보는 세심한 배려가 우리에겐 부족했던 것이다.
오늘 점자의 날을 맞아, 무심코 우리 주변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고 있는 제도나 장치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보길 당부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