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 인상은 사실상 예고됐던 사안이다. 가뭄·폭염에 이어 태풍이 몰아치는 등 기상악재가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미 채소류와 과일 등 신선식품의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실정이다. 그럼에도 가파른 상승세는 여전하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제시한 생산자물가지수가 입증하고 있다. 10월 농림수산품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3% 올랐다. 이 중 채소류는 18.3%, 과실류는 32.1%나 뛰었다. 무의 경우 무려 109.6%나 폭등했다. 올 9월에 비해서도 30.8%나 치솟았다. 배춧값도 80.9%나 상승했다. 그야말로 고공행진이다.
물가 동향을 감안하면 곧 닥칠 김장철의 무·배추 파동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농수산 품목의 값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는 실정이어서 고추, 파, 마늘 등의 김장 부재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에 비해 산지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황급히 중국산을 들여왔던 2년 전의 배추 파동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를 감지한 정부가 겨울 배추를 한 달 정도 앞당긴 조기 출하를 통해 김장 시기 조절을 유도하고 양념류는 비축 물량을 소매시장 중심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눈앞의 문제여서 보다 적극적이고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김장용품의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라 폭등·폭락이 해마다 되풀이되다시피 해 답답하다.
물가당국이 생산·소비예측을 간과하고 있는 탓이다. 정책 당국자는 김장이 지닌 중요성부터 되새겨야 한다. 이는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저장하는 식재료다. 서민가정에서는 절대적인 반찬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김장만은 빠트릴 수 없다. 정부가 오는 16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김장 배추·무의 가격안정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비축 물량을 풀며 소매가 인하로 이어지는 시차를 줄이고자 대형 유통업체에 할인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전통시장, 골목가게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다뤄져야 한다.
정부는 ‘김장대란’ 현실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수급불균형 해소에 만전을 기하고 중간 유통 상인의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시장질서를 왜곡시키는 일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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