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스포츠에서 유래한 포지셔닝이란 말이 기업 경영에서도 사용된다. 어떤 기업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시장영역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자기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끊임없이 차별화 해가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기업이나 상품 및 서비스가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과 상대가 점하고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 자기 회사나 제품이 그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마켓셰어(market share)와 둘째로 고객의 마음 속에 어떠한 상태로 자리잡고 있느냐 하는 마인드셰어(mind share)를 알아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유효한 포지셔닝이 나올 수가 없다.
『손자(孫子)』 의 「모공편(謀攻篇)」 에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상대를 모르고 나만 알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는 말이 나온다.
지난 세기 말에서부터 금세기 초까지 세계적인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쇠도 하고, 진화도 한 것을 보면 ‘지피지기(知彼知己)’를 바탕으로 한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코닥필름과 후지필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Yahoo와 Google의 경우들이고, 지금 현시점에서는 애플과 삼성의 경우가 해당될 것 같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당 간에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특히 양대 정당이 정국을 주도해 가는 구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요즘 대통령 선거를 한 달 가량 앞둔 우리 정치판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여당, 야당이 후보를 내고도, 야당 측은 무소속후보와 단일화를 약속하고 있어 여당과의 양자 대결을 위한 포지션을 옳게 잡지 못하고, 오히려 단일화 후보로 살아남기 위한 포지셔닝에만 더 열중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대통령 선거가 스포츠 경기처럼 뛰고 있는 선수들의 실력의 우열로 당락이 결정 나고, 관중이 아무리 열렬히 응원을 해도 승패를 좌우하지 못한다면 후보들의 포지셔닝이야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전의 관중은 스포츠 경기의 관람자처럼 단순한 관중이 아니라 대통령의 당락을 결정하는 유권자들이다. 입후보자는 최선을 다해 자기가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정리된 정강 정책과 그것을 실천해 가겠다는 준비된 자세를 명확히 보여 주어 표심을 잡아야 할 필요도 있고 책임도 있다.
야당 후보 측과 무소속 후보 측은 정권 교체를 유일한 대의명분으로 내걸고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가 하겠다는 정치가 정권 교체라는 공동목표를 빼놓으면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 또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일반 유권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여당 후보 측도 현 정부와는 명확한 선을 긋고 자당의 후보가 당선되면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추진해 가겠다는 정책들을 일정한 맥락도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정책들은 정권이 교체되어도 제도적 절차를 거쳐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 되어야 시행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보다는 우리들 주변 정세가 점점 불안하게 흘러가고 있어, 이에 대처해서 갖추어야 할 우리의 포지셔닝을 한 번 더 논의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은데, 표가 안 되는 사안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후보들은 극력 말을 아끼고 있어, 유권자들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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