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청산ㆍ주류-비주류 갈등 수습 등 당 정비 급선무
지난 12월28일 민주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선된 박기춘 의원은 대선패배에 따라 침체된 당 분위기를 추스리는 것과 함께 조만간 비상대책위원장을 무리없이 새로 선임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주류면서도 비주류측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은 일단 갖춘 것으로 인식된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 신임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로서 19대 국회 들어 여야협상을 주관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주류로 분류되는 인물이지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직책을 맡지 않음으로써 대선패배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정견발표에서도 그는 "후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고 유세차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수모도 겪었다"고 말해 선거과정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비주류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으로선 당내 친노계파에 속하지 않은 박 원내대표가 당권을 쥠으로써 "대선에서 패하고도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세간의 비난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 점에서 박 원내대표가 출마의 변에서 밝힌 3가지 과제, 즉 ▲패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평가 ▲치열한 혁신 ▲재창당 수준의 환골탈태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관련, 새로 선임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당 혁신과 총선·대선평가 권한을 위임하는 등 공동보조를 취해나갈 방침이다.
당내 문화가 돼버린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것도 박 원내대표의 과제로 꼽힌다.
한 의원은 "사적으로야 친소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끼리끼리 해먹는 것은 없어야 한다"며 "내편만 쓰는 게 아니라 능력에 맡게 적재적소에 당직을 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비대위원장은 당내 주류 비주류 갈등에서 벗어나있는 인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의원은 "우리 당은 계파대립이 심해서 계파 중립적인 분 중에 여러 계파와 소통할 수 있는 분을 합의 추대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원활히 준비하려면 그런 분을 추대해야 한다"며 "31일께 4~5선 의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향후 열릴 의원총회·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통해 비대위원장이 뽑힐 예정인 가운데 소속의원들이 직접 이름을 적어내 다수표를 얻은 인물이 선출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뽑힐 인물뿐만 아니라 비대위원회의 성격 역시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초선의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비대위의 역할로 ▲총선·대선 평가 ▲철저한 자기반성과 강력한 당 혁신 작업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총선·대선 평가를 맡을 대선평가위원회에 참여할 인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박 원내대표와 새 비대위원장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당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통야당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출마의 변대로 박 원내대표가 성공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광주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