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호남의 ‘몰표’에도 불구하고 참패한 민주당에 대해 지역민심이 들끓으면서 무기력한 호남정치의 역할론이 다시한번 대두되고 있다.
24일 민주당과 지역정가에 따르면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과 위원장 선출 방식 등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에 심각한 계파 갈등을 빚고 있다.
주류측은 문재인 전 후보가 대표 권한을 행사하고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직의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비주류 측은 문 전 후보가 대표 권한대행으로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으로, 비대위원장 중심의 새지도부 체제 조기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당내 갈등구조 속에 그동안 중앙당 지도부에 참여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용섭 전 정책위의장 등 호남 정치인이 당직을 사퇴해 정치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또 문재인 캠프에서 중요 역할을 맡았던 강기정·우윤근 의원 등 지역국회의원들도 대선패배로 한동안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몇몇 지역정치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치적 비중이나 입지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이 이번 대선에서도 90% 안팎의 몰표를 몰아줬지만 정작 호남정치는 맥을 못쓰는 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전국 정당화를 내세우며 호남의 양보와 희생을 요구해온데다, 호남 정치인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지역정치인들의 지지 호소에 맹목적이다시피 ‘몰표’로 응답한 호남이 오히려 고립구도에 빠졌다는 푸념도 쏟아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지역정치권의 환골탈태가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호남의 정치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정치인은 “정당이란게 어느 정도 지역적 연고를 갖기 마련이고 새누리당도 이를 철저히 활용하는데, 언제까지 민주당은 호남의 희생과 양보만을 요구할 것이냐”며 “지역 정치인들이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민주당 개조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고 주장했다.
호남정치가 더이상 민주당의 변방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선 패배이후 민주당 쇄신과정에서부터 호남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남대 오승용 교수는 “그동안 호남정치인들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데다, 정치적 어젠다를 제대로 끌어가지 못한 경향이 있다”며 “호남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