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법조인 간 처벌 괴리감 커…간극 좁혀나가야
성범죄의 경우 시민들은 합의와 상관없이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은 29일 시민 474명, 법조인 52명 등 526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은 음주운전 보행자 사망사고, 청소년 대상 데이트 성폭행, 아동 성추행 등 3가지 사건 유형에 대해 합의 또는 공탁 여부, 피해와 가해의 정도 등 양형 요소들에 차이를 두고 어떤 처벌을 내릴 지를 물었다.
피해자가 가로등 없는 어두운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중이었고 보험처리가 돼 유족과 합의가 이뤄진 음주운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경우 일반 시민들은 60%가 벌금형으로 선처했지만 법조인은 48%만 벌금형을 내렸다.
보험처리가 되지 않고 유족과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도 일반 시민들은 55%만 징역형을 선택한 반면 법조인은 83%가 징역형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 사망 사고를 냈거나 피해자가 2명인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230%로 만취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가정했을 때는 일반인과 법조인의 실형 선택 비율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반인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누구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를 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일반인들이 상대적으로 처벌에 관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해자의 원룸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17세 청소년을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들이 법조인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선택했다.
피해자나 피해자의 부모와 합의가 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공탁도 하지 않은 경우 시민 절반 이상은 대부분 징역 7년 이상(26%)이나 징역 4~7년(28%)을 선택했다. 법조인들은 징역 2월6월~4년(58%), 징역 4~7년(32%)을 택했으며 징역 7년 이상은 8%에 그쳤다.
합의를 한 경우에도 일반 시민들은 법조인(8%)보다 많은 35%가 2년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택했다.
합의는 했지만 피해자의 나이가 만 15세 중학생이라고 가정했을 때도 일반 시민들은 62%가 실형을 선택해 법조인(48%)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볼에 입맞춤을 해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입었을 경우 합의를 했더라도 일반 시민들 28%가 2년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택해 법조인(6%)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했다.
합의나 공탁을 하지 않은 경우 실형을 선택한 시민들의 비율은 60%로 치솟았으며 법조인들은 40%가 실형을 택했다.
특히 청소년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경우 법조인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여전히 중요한 양형 요소로 고려한 반면 일반 시민들은 합의와 상관없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성폭력 범죄의 양형이 꽤 높아졌으나 일반 시민들과 법조인들의 눈높이는 여전한 차이를 보였다”며 “국민의 눈높이와 괴리가 계속될 경우 결국 법원의 재판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사법제도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