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23년 8개년 4만t 오차…10만t 이상 두번
표본필지 대표 재배면적 편차 줄이고 표본 늘려야
[광주타임즈] 효율적인 양곡정책을 위해 쌀 생산량조사의 정확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가 활용하는 쌀 수급 데이터가 부정확해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시그널을 받지 못해 쌀값이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재배면적 표본을 기반으로 약 3000곳의 필지를 추출하고 필지당 2개의 표본구역을 정해 6000개의 표본구역을 구축, 생산량을 추정하는데 표본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조사필지 확대 및 배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들린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공개한 2024년 쌀 생산량 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8만5000t으로 지난 10월 내놓은 2024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 결과에서 공개한 365만7000t 대비 7만2000t 줄었다.
10a당 생산량은 514㎏으로 당초 예상했던 523㎏보다 1.8% 감소했는데 벼 낟알이 익는 시기(등숙기)에 집중호우 및 고온으로 병·충해 피해가 증가해 10a당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문제는 쌀 생산량 오차가 올해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쌀 예상생산량 조사에서 368만t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11월 발표한 쌀 생산량 조사에선 370만2000t 수준으로 오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쌀 예상 생산량조사와 쌀 생산량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14개년 중 8개년에서 실제와 예상 생산량이 4만t 이상의 오차를 냈고 2016년과 2020년에는 10만t 이상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쌀 생산량 조사의 부정확성은 당해연도 쌀 예상 생산량 자료를 바탕으로 수매와 방출 대책을 수립하는 정부의 농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적절한 수급대책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에 쌀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해 정부가 쌀 수급 예측을 통해 9만5000t이 초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4차례에 걸쳐 5만t씩 20만t을 시장 격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의 조사량에 근거한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에 제대로 된 신호를 못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반복될 전망이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20만t을 시장격리 했지만 쌀 소비량 감소와 통계적 오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30만~40만t 이상의 격리를 실시해야 쌀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정확한 통계자료를 통해 양정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면 쌀 예상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 간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쌀 생산량 조사 진단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경기도, 강원도, 특·광역시 등의 지역은 전국대비 재배면적 비율에 비해 표본 비율이 높았고, 충남, 전북, 전남 등은 전국 재배면적 비율보다 표본비율이 낮았다.
특히 경기는 한개의 조사필지가 178.5㏊를 대표하는데 반해 충남은 375.1㏊를 대표했다. 한개의 조사 필지가 대표하는 면적이 작을 수록 생산량 추정의 정확도가 높은데 지역마다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2022년 기준으로 쌀 재배면적 125.1만㏊를 대상으로 1만개 조사필지 표본을 구축해 쌀 생산량 조사를 수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개 조사 필지 표본이 227.4㏊를 대표하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위원은 “2023년 쌀 예상 생산량조사 자료를 검토한 결과 지역에 따라 표본필지 하나가 대표하는 재배면적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우선 조사필지 지역의 배분을 고려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세부적으로 “전체 대비 지역별 재배면적 비율에 맞춰 조사필지 수를 조정·배분하면 각 지역 조사필지 표본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고 전체 쌀 생산량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표본 개수가 많아질 수록 하나의 표본 필지가 대표하는 면적이 작아져 쌀 생산량 추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지역별 조사필지 배분을 우선으로 시행하고 향후 여건을 고려해 표본을 늘리는 등 조사필지 표본 확대를 검토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