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학부모 “학생인권조례 지켜야” 성토
[광주타임즈] 최현웅 기자=“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 보완·발전해나가야 합니다.”
지난 7일 광주시 시민사회지원센터 시민마루에서 광주교육 관련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광주학생인권조례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참가자들과 사회자는 한목소리로 교권 침해를 핑계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김경희 광주교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하지 않는다”며 “교육주체들이 나서서 학생 인권 수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교육시민연대,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지역 교육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변화된 학교현장을 진단하고 인권 친화적인 학교로 거듭나기 위한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공현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활동가는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측은 이 제도가 교사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교권과의 갈등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지만, 갈등의 근본 원인은 인권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지 학생 인권을 보호하려는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인권과 교권은 시소처럼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 상생하는 관계”라고 규정했다.
공현 활동가는 “학생인권조례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양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전국적 법안을 제정하고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져야 하며 두 번째는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한 현장에서의 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신해영 광주어린이청소년의회 의장은 “광주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학생 인권을 보호하고 학교 내 민주적 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했지만 법적 강제성 부족과 지역별 인권 보호 격차라는 한계를 드러냈다”며 “국가 차원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학생인권법 제정, 인권교육 내실화를 통해 학생과 교사 모두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지연 평동초등학교 교사는 “초등학교교사들이 학부모들의 민원과 고소 위협에 더 많이 노출돼 학생 인권에 적대적이며 이 때문에 무기력하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 하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우경화를 꼽으며 “이들이 조직적으로 학생 인권법에 반대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네티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지연 교사는 “우리가 지금의 교육 지형을 바꿀 수 있고, 더 나은 논의를 할 수 있다면, 많은 교사가 망설임 없이 학생의 편에 설 것”이라며 “그러려면 모든 교육 주체들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참여한 송주영 하남중학교 학부모는 “광주시학생인권조례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로서 우리는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꾸준히 확인하고, 학교와의 소통을 통해 자녀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또 학생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교육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광주시민방송이 생중계한 이날 토론회엔 지역의 교육 관련 단체와 관계자 외에도 일선 학교장과 교사 등 50여 명의 방청객이 몰려 광주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기도 했다.
한편 광주학생인권조례는 지난해 충남과 서울에 이어 지난 6월 광주에서도 일부 종교단체와 일부 사회단체의 폐지안 청구를 광주시 의회가 받아들여 의회의 논의를 거쳐 폐지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시의회는 이를 위해 오는 29일 의회 차원의 찬반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광주지역 전교조와 교육 시민단체는 지난 7월 광주시의회에서 광주학생인권조례 폐지안 폐기 촉구 결의 대회를 하는 등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도 “학생인권조례안과 교권은 상충하지 않는다”며 “폐지가 아닌 부분 수정하면 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