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우회전 대기’ 사고 잦은 지역 골라
대부분 수리 부담 적은 렌터카로 범행 저질러
[광주타임즈] “주차 마쳤어. 흰색 외제 승용차 세게 들이받으면 돼.”
지난 6월 7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한 병원 주차장에 흰색 외제차 한 대가 들어섰다.
외제차에서 내린 남성은 주차 뒤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를 걸었다.
뒤이어 승용차 한 대가 주차장에 나타났다.
승용차는 넓은 주차 칸을 지나쳐 외제차 왼쪽에 바짝 붙었다.
승용차는 후진·전진을 반복하다 다시 외제차 오른쪽에 멈췄다. 운전자는 조향 장치를 힘껏 왼쪽으로 돌려 ‘쾅’. 외제차 조수석 문을 들이받았다.
수상한 접촉 사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외제차는 특히 한 달 동안 ‘렌터카’와 3차례 접촉사고가 났다. 외제차는 항상 피해 차량이었다.
사고를 낸 렌터카 운전자 중 한 명은 외제차 주인과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선·후배 사이기도 했다.
해당 외제차의 접촉 사고 건수는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 동안 무려 6차례.
외제차 주인 A(39)씨가 해당 기간 차량 수리비 명목으로 보험사로부터 받은 금액은 9000만 원에 달했다.
A씨의 잇따른 수리비 수령은 경찰에 보험사기 의심 진정이 제기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보험사 긴급 출동 기사인 A씨는 해박한 보험 지식을 보험사기에 악용했다.
그는 외제차 사고 시 보험사로부터 최대 2000만 원에 달하는 수리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가해 차량은 대부분 사고 시 비교적 운전자 부담금이 적은 ‘렌터카’로 정했다.
A씨는 범행을 도울 지인을 수소문했다. 사기극엔 전·현직 보험사 현장 출동 직원 4명도 가담했다.
A씨는 접촉 사고 건당 보험사로부터 1300~2000만 원 상당의 수리비를 타냈고, 공모한 지인에게 수고비로 400~600만 원을 줬다.
차 사고가 잦은 지역을 꿰찬 A씨는 주차장과 좁은 골목길에서, 또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이 외제차를 들이받도록 사고 상황을 설정했다.
A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가해 운전자와 연락을 최소화하고, 지인을 통해 범행 장소를 알려줬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통화 내역을 교차 분석한 자료와 블랙박스에 담긴 고의 사고 정황을 토대로 A씨를 추궁,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생활·유흥비 마련을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고의로 외제차 접촉 사고를 내 보험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A씨와 보험사 직원 등 일당 10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15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