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타임즈]임창균 기자=지난달 31일 고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씨의 사죄행보를 지켜보던 중, 그가 유독 ‘빛과 어둠’, 그리고 ‘천사와 악마’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원씨는 어렸을 때부터 5‧18은 폭동이라 알고 있었고 가족들로부터 오히려 “우리는 5‧18의 피해자”라고 들어왔다고 했다. 그에게 당시 광주시민들은 ‘악마’와 다름이 없었을 것이고 이는 5‧18을 폄하하고 이 지역을 빨갱이 동네라고 부르는 자들의 인식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가 ‘전두환의 손자’라는 점이다.
자신이 악마라 생각했던 자들이 사실은 피해자라는 진실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가족들과 주변 환경으로 인해 공고하게 지어진 세계가 깨졌을 때 그 충격은 오죽했을까. 가족들에 대한 배반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며, 전두환의 손자인 자신 역시 악마라며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붙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원씨가 지닌 죄책감과 별개로 밖에서 지켜본 우원씨의 사죄행보는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상징하고 많은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군대를 다녀온 1996년생 27살 청년이다. 흔히 말하는 ‘MZ세대’이면서 ‘이대남’에도 포함이 된다. 젠더 갈등과 이념 갈등이 극에 다다른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여러 미디어들은 MZ를 개념이 없거나 버릇이 없기로, 이대남을 여성을 혐오하고 정치적으로 우파로 분류해 표현하고 있다. 모든 MZ와 이대남이 그럴 리가 없을진대 미디어는 그런 이미지를 부추기고,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공간들은 점점 극단적으로 이를 받아들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우원씨의 사죄행보와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기성세대와 미디어뿐만 아니라 이처럼 극으로 몰린 커뮤니티 세계에도 울림을 주고 있다.
전두환의 손자가 광주에 가서 사과를 한다. 자신들이 7시라고 비하하던 지역이 전두환의 손자를 감싸준다. 두려움에 머뭇거리면서도 조심스럽게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는 청년의 얼굴과, 그를 다정하게 포옹하는 깊게 주름진 얼굴을 보고 점점 깨닫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자신들이 소비하던 ‘갈등의 이미지’가 사실은 미디어가 부풀린 가상이었고, 화해가 넘치는 이쪽이 ‘리얼월드’ 였음을.
빨갱이와 악마들이 살 것 같던 광주는 우원씨의 표현대로 영웅들과 천사들이 살던 곳이었다.
‘전두환의 손자’란 이유로 자신을 악마화하며 근현대사의 가장 무거운 짐을 혼자서 짊어져야 할까. 나 역시 그를 바라보는 편견을 깨 부셔야 한다. 이날 내가 바라본 전우원 씨는 단순히 ‘전두환의 손자’가 아니었다. 화해의 시작점이 될 한 명의 청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