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 검정실시 공고 내며 함께 공표
교과서 집필 자율성 명분으로 학습요소 삭제해
한국사 빠진 표현만 ‘5·18’, ‘제주 4·3’ 등 102개
[광주타임즈] 교육부가 지난해 말 확정된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검정교과서 편찬 절차에 착수했다.
집필 기준에 해당하는 ‘편찬준거’는 빠르면 이달 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18 민주화 운동’, ‘제주 4·3’ 등 한국사 교육과정 문서 상에서 빠져 논란이 됐던 표현을 편찬준거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담을지는 고민거리로 꼽힌다.
지난 7일 교육부에 따르면 검정 수탁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창의재단)은 이르면 이달 말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도서 개발을 위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인정 기준’(편찬준거)을 공고, 새 교과서 검정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 국정? 인정? 검정?…교과서 누가 어떻게 만드냐 차이
교과서를 집필하려면 먼저 교육부가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한 뒤, 교과목별로 국정과 검정, 인정 등 어떤 방식으로 교과서를 만들지 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9일 이를 담은 ‘교과용도서 구분 고시’를 마쳤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직접 쓰거나 연구기관, 대학 등에 맡긴다. 고시에 따르면 초등학교 국어, 1~2학년 수학, 3~6학년 도덕, 그리고 1~2학년에만 배우는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등 총 44책이 해당한다.
고등학교 한국사를 비롯해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교과목은 주로 검정(115책), 중학교 음악·미술·체육이나 고교 진로·융합 선택과목 등은 인정(718책) 체제다.
검정제는 교과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제작을 민간에 맡기는 대신 적합 여부 국가가 직접 판단한다. 인정제는 교과서가 필요하지만 모든 교과서를 국가가 개발할 수 없으므로 민간에 맡기고 그 저작물을 인정하는 개념으로, 인정 권한도 교육감에게 위임한다.
교과서가 출판사 등 집필자마다 다르면 혼란이 있을 수 있어 교육부가 기준을 정하게 돼 있다. 인정은 ‘인정기준’, 검정은 ‘검정기준’과 ‘편찬상의 유의점’ 등이다.
특히 검정기준과 편찬상의 유의점 등은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서 적어도 새 교과서를 학교에서 처음 쓰기 1년 6개월 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 빠진 게 뒤늦게 드러나 각계 반발이 일자 교육부가 교과서에는 담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검정기준과 편찬상의 유의점을 담고 있는 지침인 ‘편찬준거’에 넣겠다는 이야기다.
빠졌던 ‘제주 4·3’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역사과 교과서 편찬 시 반영한다’는 조건을 달아 개정 교육과정을 의결했기에 편찬준거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달 중 검정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그 다음 절차로 교과서 검정을 위탁 받은 평가원과 창의재단이 각자 편찬준거와 함께 검정 실시를 공고하면 출판사 등에서 본격적인 검정교과서 제작을 시작한다.
편찬준거 개발 작업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다. 수탁기관을 통해 정해진 정책연구진이 심의회, 협의회 등 여러 차례의 절차를 거쳐 제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교과서엔 넣겠다” 했던 ‘5·18’…다른 표현은 ‘어쩌지’
교육부가 ‘5·18 민주화 운동’ 등의 표현들을 편찬준거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담을 지도 주목할 만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서 집필이나 수업 자율성 확대를 위해 서술 항목이나 내용을 간소화하는 ‘교육과정 대강화’의 취지에서 문서체계를 손질했다.
현행 교육과정 문서 체계는 영역별 ▲성취기준 ▲학습요소 ▲성취기준 해설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 사항 ▲평가 방법 및 유의사항으로 돼 있는데, 개정 교육과정은 이 중 ‘학습요소’를 삭제했다.
교육부는 이로 인해 ‘3·1 운동’, ‘8·15 광복’, ‘4·19 혁명’ 등 역사적 사건 일부만 제한적으로 수록됐고, 종전 고교 한국사 학습 요소 129개 중 ‘5·18 민주화 운동’, ‘제주 4·3’을 비롯한 102개 표현이 빠졌다고 설명한다.
교과서 집필을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해 교육과정에서 학습요소를 뺐는데, 논란이 불거지자 교과서 편찬준거에 다시 학습요소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는 꼴이 되기에 교육부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애초 개정 교육과정 초안에는 빠져 있던 ‘자유민주주의’, ‘(6·25) 남침’ 등 표현을 현 정부 들어서 다시 포함시킨 결과, 교육부 스스로 ‘교육과정 대강화’ 원칙을 허물었다는 지적도 받는 상황이다.
또 장관이 직접 넣겠다고 공언한 ‘5·18’이나 국교위가 교과서 편찬 시 반영하라고 한 ‘4·3’ 외에 다른 표현들을 빼고 간다면 추후 또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5·18 등) 빠진 표현이 어느 위치에 어느 방식으로 들어갈 지는 검토 중이며 평가원과 협의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학습요소 중 제외된 표현을 어떤 기준을 갖고 선정할 지 등을 정책연구진과 협의해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편찬준거 개발 등 절차가 늦춰질 수 있느냐 묻자 “가급적 일정에 맞춰 가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