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 사용 어려운 고령층 수혜 어려워
광주 지류형 상품권 판매 전년 대비 2배 폭증
[광주타임즈] “어르신들에게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아예 포기했습니다.”
지난 9일 광주의 한 전통시장 내 가구상점. 한 손님이 침대를 살펴보다 가게 주인과 흥정을 벌였다. 200만원까지 합의를 봤지만 손님이 구매를 망설이자 가게 주인은 “온누리상품권 충전해서 계산하면 180만원에 살 수 있다”며 발길을 붙잡았다.
상인의 설명에 따라 스마트폰에 온누리상품권 모바일앱을 설치한 뒤 신용카드를 등록한 손님은 상품권 200만원을 10% 할인 받아 180만원에 구매했다. 그렇게 충전된 카드로 침대를 구매했다.
반면 가구를 사려는 고령의 손님들에게 온누리상품권 모바일·카드형 충전·사용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는 상인들은 없었다.
한 상인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더라”며 “보이스피싱 등 관련 범죄도 많다 보니 오히려 의심을 받을 때도 있어 설명 자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용 확대에 나서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의 이른바 ‘상품권 깡’ 등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모바일·카드형 혜택을 확충하고 있으나 고령층은 수혜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권 수요가 많은 고령층은 여전히 지류형 상품권을 이용하는 데다 지역 내 지류형 상품권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카드형 확대로 부정유통을 막을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 남는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류형 상품권의 경우 할인 혜택은 5% 수준으로 모바일·카드형은 이보다 두 배 많은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지류형 유통을 줄이고 모바일·카드형 비율을 늘리기 위해 할인율을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상품권 사용이 많은 주고객인 노인들은 스마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혜택을 받기 힘들 뿐더러 부정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도 퇴색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올해 1월1일부터 추석 명절 전인 9월14일까지 광주지역 지류형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전년(450억3000만원) 대비 2.27배 급증한 1022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지류형 상품권 판매 증가율 가장 높은 것이다. 그만큼 광주지역 이용자들이 여전히 지류형 상품권 구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장에서 만난 김모(72·여)씨는 “모바일 충전 방식 설명회도 열고 하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은 지류형 상품권 아니면 구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며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한다고 젊은 사람들보다 혜택을 덜 받으면 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