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하려한 혐의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고모(24)씨에 대해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할 정도의 객관적 사정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고씨의 범행으로 피해자와 가족의 피해가 극심한데다 온 국민이 충격에 휩쌓인 점 등을 감안하면 관용을 베풀어 사회에 귀화시키는 것보다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이상현)는 3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강간 등 살인, 영리약취 및 유인,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감경과 가석방을 대비해 고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5년, 정보공개 1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등도 명령했다.

또 거주지를 관할 시·군·구로 제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기간에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금지, 놀이터·유치원·아동복지시설 등 어린이 보호구역 출입 금지 및 피해 아동 접근 금지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운좋게 사망하지 않은데다 성폭력 전력이 없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형이 불가피할 정도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하지만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 정도, 사회 모든 가정에 극도의 불안감을 심어주고 온국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점으로 미뤄 고씨에게 관용을 베풀어 사회에 귀화토록 하는 것보다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고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경위와 수단, 범행 전후 행동 등을 종합하면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 어린이는 가장 편하고 보호받아야 할 집에서 잠을 자던 중 납치돼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피해와 극한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며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아서일 뿐 범행은 강간살인과 다를 바 없어 작량감경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선고가 이뤄지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에 둔 채 재판장의 물음에 짧게 "네"라고만 대답했다.

고씨는 지난해 8월30일 오전 1시45분께 나주시 영산길 집에서 잠자고 있던 초등학교 1학년 A(8)양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공판 과정에서 지난해 5월8일 전남 완도군 고향 마을회관에서 부조금 620만원을 훔친 사실이 들통나 절도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고씨에 대한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성도착증, 소아기호증, 반사회적 인격장애, 비폐쇄적 유형 등으로 판명됐다.

A양은 지난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보낸 편지를 통해 "나쁜 아저씨가 나와서 또 혼낼까봐 무서워요. 다시 데리고 가지 않게 많이 혼내주세요"라며 엄벌을 요청했다.
/김 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