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분양사기 뒤에서 배불린 사채업자
상태바
수백억 분양사기 뒤에서 배불린 사채업자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10.24 1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행사 대표에 수억 챙긴 60대 송치…고리 사채업자만 20명 연루
“초기 낮은 자본금만으로 오피스텔 건축 허용 제도 개선 필요”
[광주=광주타임즈]조현중 기자=피해금 380억원, 피해자 540여명에 달하는 광주 농성동 오피스텔 중복분양 사기 사건의 이면에는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한 재력가와 조폭 등이 낀 사채업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주변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는 황모(63)씨는 지난 2011년 5월 ㈜지앤디 도시개발 대표이사 박모(58)씨를 후배에게 소개받았다.

황씨의 사채놀이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광주 서구 농성동에 오피스텔을 짓는데 돈이 급히 필요한 박씨에게 황씨는 1억5000만원을 건넸고 15일 만에 이자를 포함해 2억5000만원을 돌려받았다.

이렇게 올해 5월까지 황씨는 박씨에게 21억원을 빌려주고 31억3000만원을 챙겼다. 이자만 10억3000만원, 법에서 정한 이자율(최고 연 25%)을 훨씬 넘어선 고리로 주머니를 불렸다.

황씨는 이 과정에서 경찰과의 친분을 이용하기도 했다.

황씨는 지난 16년 간 광주 지역 한 경찰서의 민간협력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법무부와 검찰의 민간 협력기구 성격인 법사랑위원 광주지역연합회 소속 위원 명함도 가졌다.

지난 5월에는 해당 경찰서장과 간부급 경찰들에게 술 접대와 대리운전비 등을 제공하고 술자리 직후 성추행 사건을 저지른 뒤 경찰을 개입시켰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기 혐의로 구속된 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황씨가)평소 경찰들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며 돈을 갚는데 상당한 압박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가 배를 불리는 동안 고리의 사채로 자금난에 빠진 박씨는 또 다른 사채업자들에게 손을 벌렸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박씨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된 인원만 20여명, 이 중에는 광주 지역 폭력조직의 부두목과 고문 등이 포함됐다. 모 폭력조직의 부두목은 이자로만 5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채의 늪에 빠진 박씨는 결국 중복분양 사기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었고, 전세금이나 퇴직금 등을 오피스텔에 투자했던 500여명은 하루아침에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

경찰은 전체 사업 금액 중 2~3%의 자본금만 가져도 고층의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도 사기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했다.

부동산개발업을 등록한 사업자가 연면적 3000㎡(연간 5000㎡) 이상의 상가 및 오피스텔 등을 건축할 때 법인은 3억원, 개인은 영업용자산평가액 6억원 이상의 자본금 등만 갖추면 된다.

경찰 한 관계자는 "턱없이 모자란 자본금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박씨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수억원을 챙긴 사채업자들이 수백 명의 중복 분양 사기 피해자들을 만든 셈"이라며 "관련 제도의 점검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