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산하 연구기관 ‘부끄러운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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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산하 연구기관 ‘부끄러운 민낯’
  • 광주타임즈
  • 승인 2015.04.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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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바이오센터 직원 절반이상 비리혐의 입건
25억 짜리 연구장비로 참기름 짜 ‘명절 선물’
타 연구기관도 납품비리 적발…방만 경영 도마

[광주=광주타임즈]조호기 기자='25억원 연구 장비로 참기름을 짜다니…'

전남 전남생물산업진흥원 나노바이오연구원(현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직원들의 공금 횡령과 납품 비리는 도 출연 연구기관이 얼마나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는지, 그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명절 선물용 참기름 세트를 만들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고 과학기자재 독점 납품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업무상횡령·뇌물수수 등)로 이재의(59) 전 나노바이오연구원장 등 직원 14명, 납품업자 4명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전 원장 등 직원들은 지난 2011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4년 동안 연구비 6200만원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명절 선물용 참기름 세트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이 전 원장은 직원들에게 "연구비를 돌려 명절 선물용 참기름을 만들라"고 지시했으며 직원들은 국내산 참깨와 참기름을 담을 갈색 유리병, 포장하는데 사용할 오동나무 상자를 업자로부터 납품받았다.

참기름을 만드는 데는 25억원을 들여 구입한 연구 장비 '초임계 추출기'가 사용됐다. 이 장비는 기업 지원과 연구개발 목적으로 설치됐으나 4년 동안 매년 300~500병의 참기름을 짜 냈다.

참기름을 포장하는 것은 연구원 직원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매년 설과 추석마다 이 전 원장의 명의로 150~200명에게 참기름 세트를 보냈다. 참기름 세트를 받을 기관과 사람은 이 전 원장이 지정했다.

'참깨 대금'은 이 전 원장의 결재를 거쳐 에탄올과 발표주정알코올 등 과학기자재 소모품을 산 것처럼 둔갑했다. 서류상의 물품이 실제 납품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장성군 공무원은 이를 묵인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가담 정도가 경미해 입건하지 않았지만 원장을 비롯한 전체 직원, 공무원까지 공범이었다. 재정이 열악하다는 지자체 산하기관의 대표적인 방만 경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 전남도가 출자하거나 출연한 연구기관들이 제대로 쓰지도 않는 계측·실험 장비를 고가에 매입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지역 내 관련기업이 없는데도 장비부터 구입한 사례부터 1년 장비 사용률이 1%에 불과하거나 사용수수료를 한 푼도 못 받은 장비도 있었다.

도 4개 연구기관이 지난 2005년부터 보유하고 있는 장비는 모두 562개, 구매가격만 998억6200만원이다.

과학기자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10회에 걸쳐 활동비 명목으로 연구센터 직원 등 4명에게 2100여만원을 받았다.

연구원 김모(44) 팀장은 고등학교 동창인 업자 이모(44)씨에게 과학기자재를 독점으로 납품하는 대가로 17회에 걸쳐 2200여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김씨 등 연구원 직원들은 업자들에게 받은 돈을 이 전 원장에게 건넸다.

직원들은 또 납품업자 이씨가 위조한 다른 업체의 비교견적서를 제출받아 정상적인 경쟁 입찰이 이뤄질 수 없게 한 뒤 이씨가 계약을 딸 수 있도록 도왔다.

경찰은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이외에 또 다른 전남도 산하 연구기관에서 납품 비리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전남도 출연 연구기관의 방만 경영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전남도가 지난 2월 발표한 '35개 출자·출연기관 경영진단' 결과에서도 연구기관의 문제점이 수두룩하게 적발됐다.

이에 대해 김신웅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열악한 재정 속에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자체 산하기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수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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