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균열 아파트 주민들 이중고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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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균열 아파트 주민들 이중고 호소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3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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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찌는 날씨·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70여명 체육관서 8일째 피난 생활…힘겨운 여름 나기 이번달 말까지 지속
[광주=광주타임즈] 박재범 기자 = 광주 북구 모 아파트 지하기둥의 균열과 박리 현상으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 불편과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폭염 속에 1주일 넘게 피난생활을 하는데 따른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인근 초등학교 체육관으로 옮겨 8일째 대피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주민들은 세탁과 식사, 샤워 등 기본적인 생활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당일부터 체육관서 생활해온 이모(86) 할머니는 31일 “1년 전부터 디스크 증세로 잘 걷지못하는데 인근 병원에 다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피소에 있다”며 “씻고 빨래하는 게 불편하지만 대책회의도 참석해야 하고 자식에게 부담줄 바에야 이곳에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모(55·여)씨의 식구는 이번 사고로 때 아닌 이산가족이 됐다. 최씨는 10층에 살고 있고 1층에는 딸 이모(34)씨 가족이 산다.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던 최씨의 남편과 사위는 일주일에 2번 정도 광주에 왔으나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최씨는 “둘째 손녀가 태어난지 9개월째라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체육관에서 돌보기엔 걱정이 앞선다”며 “딸은 주변 원룸을 구해 손녀들과 잠을 자고 식사만 대피소에서 해결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민들은 푹푹 찌는 날씨에도 경제적·가정 여건상 어려움으로 인해 체육관 등지에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사고가 난 P아파트 B동 주민 110명 가운데 70여 명이 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고 나머지는 주변 원룸이나 친인척 집 등으로 거처를 옮겼다.

김모(89) 할머니는 “거처를 옮길 수가 없는 주민들은 꼼짝없이 불편한 잠자리에서 잠을 자고 사생활이 없는 한 달을 보내야 한다”면서 “생업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집을 구한 주민도 적잖다”고 전했다.

특히 대피 당시 아파트에 머물렀던 일부 주민은 작은 충돌소리에도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등 불안한 마음을 쉽게 달래지 못하고 있다.

107호 주민 A(49)씨는 “사고 당일 ‘쿵’하는 굉음과 함께 큰 방 상층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며 “407호도 벽이 갈라지고 바닥이 주저앉는 등 아파트 곳곳서 이상 징후가 발견돼 주민 일부가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걱정했다.

체육관 밖에서 만난 정모(61)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는 건지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지금도 낮잠을 자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라면서 깨곤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피 후 생필품 조달 등을 위해 4차례 집을 드나들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 들어가는 것에 불안 증세를 겪고 있다.

7층 주민 김모(42)씨는 “동행하는 경찰, 소방관들이 있긴 하지만 혹여 집이 무너질까 두렵다”며 “어느 누가 붕괴 조짐이 드러난 집에 다시 입주해 살겠냐”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편 주민들은 지난 29일 한국구조안전기술원에 정밀안전진단을 맡겨 오는 27일에 나오는 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공사와 철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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