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생일에’ 새벽 출근길 5남매 가장, 음주차량에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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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생일에’ 새벽 출근길 5남매 가장, 음주차량에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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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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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 결혼했던 큰아들 상주 자리에
“가해 운전자, 일언반구의 사죄도 없어”
14일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영정사진으로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발췌
14일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영정사진으로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발췌

 

[광주타임즈] “교통사고가 난 날이 네살배기 손녀 생일이었어요. 4일 전에는 큰오빠 결혼식이 있었고요. 해맑게 웃으시던 아버지는 5남매 뒷바라지만 하시다가….”

14일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 전날 오전 4시40분 광주 광산구 장덕동 한 교차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55세 가장 김모씨의 유족들은 연신 오열했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 듯 자식들은 빈소에 덩그러니 놓인 영정사진만 한없이 바라봤다.

이내 새어 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 양손으로 입을 부여잡는가 하면 바닥에 주저앉아 흐르는 눈물을 검은 상복으로 연신 닦아냈다.

울다 그치기를 여러번. 유족들의 소매깃에는 눈물자국만이 남아있다.

고인은 5남매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하던 가장이었다.

사고 당일도 새벽 댓바람에 출근길에 올랐고, 자택인 수완지구에서 물류센터로 이동 중이었다.

그러던 중 교차로에서 진입하던 음주운전 차량이 고인의 1톤 화물차 측면을 들이받았고 그 여파로 고인은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50대 가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경찰 조사 결과 면허정지 수치였다.

“말로는 설명 못해요. 슬픔과 분노, 허망함이 뒤섞였고, 왜 하필 우리 아빠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어요.”

사고 당일은 네살 손녀의 생일이었다.

이른 생일축하를 위해 전날 저녁 가족끼리 모여 식사 자리를 가졌고 자녀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흘 전인 지난 9일은 큰아들의 결혼식도 열렸다. 가장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큰아들은 결혼 나흘 만에 상주 어깨띠를 둘러야 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돌아온 아들은 “가해자의 얼굴도 나이도 모른다”며 “일언반구 사죄도 안한다. 풍비박산난 우리 가정은 이 억울함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그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되면 뭐하냐”며 “뉴스에서만 보던 음주사고가 버젓이 내 일이 돼 일어나고 있지 않느냐”고 분노했다.

오전 11시, 가족들의 오열 속에 진행된 입관식은 사랑하는 고인과의 마지막 작별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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