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도 늙나니 노인에 희망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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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도 늙나니 노인에 희망줘야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6.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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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오늘날의 노인세대들은 엄청난 세태의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자신들이 젊었을 때는 노인뿐만 아니라 연장자에게도 공경과 예를 다하였건만, 작금의 세상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모른 채 하고 있으니 노인들로서는 기가 찰 일이다. 더구나 노인 대다수는 가족들로부터도 격리되어 있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고령화에 따라 야기될 사회 문제의 근본으로 직시하기보다는 노인을 ‘문제집단’으로 인식하고 그 문제의 파급력을 줄이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국 여러 도시에 ‘젊음의 거리’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소통의 거리’를 만들려는 시도는 없다. ‘노인만을 위한’ 시설들은 자꾸 늘어나지만, ‘노소가 함께하는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없다. 문제는 ‘노인’이 아니라 ‘소통’이다.

이 사회가 그들만의 게토에 유배된 노인들에게 일상의 공간을 적절히 배정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노인과 젊은이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늘려야 한다. 소통 없이는 이해도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도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곧 노인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모두 사라진 미래가 닥칠 것이다. 그런 미래에서 피해자가 될 사람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다. 그러므로 노인들과의 소통의 자리를 만들고, 삶의 재미를 어디에서 찾는지 읽어야 한다.

멕시코에서 있었던 늙은 양파장수의 삶을 소개한다.

그는 양파 20줄을 들고 시장에 팔러 나오곤 했다. 어느 날 백인이 양파 20줄을 모두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싫다고 거절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백인이 물었다. “아니 그것을 팔려고 나왔으니 내가 모두 사주면 좋지 않나요? 그러면 당신은 마음 편하게 집으로 돌아가 쉴 수 있잖소”

늙은 양파장수가 대답했다. “난 이 시장이 좋아요.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담배를 같이 피우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게 재미있어요. 그들이 입고 있는 모포나 저곳의 종려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요. 그런데 양파를 당신에게만 다 팔아 버리면 이게 없어져 버리잖소. 내 하루가 너무 쉽게 끝나버린 게 싫소”.

노인에 대한 배려나 ‘더불어 살기’에 인색한 요즘 젊은 세대들은 뜻을 잘 모르겠지만, 늙은 양파장수는 그런 게 사는 재미고 그게 곧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효율의 극대화만 계산하는 백인 역시 영원히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는 지금 연령만을 두고 사람을 판가름하려는 잘못된 관념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영원한 노인도 없을뿐더러 영원한 청춘도 없다. 젊음도 언젠가는 노년기를 맞이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잊은 채 우리는 나날이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도 노인이 될 것이지만 마치 무관한양하고, 곧 닥쳐올 시간이건만 아득한 먼 훗날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사회의 건전한 발전은 모든 세대가 골고루 참여할 때 가능해진다. 세대 간의 역할 분담과 조화가 절실한 때이다. 이제 더 이상 노인이 시대변화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노인문제는 그 특성상 빠른 해결책이 요하므로 노인복지가 국가와 지역사회의 최우선 정책과제가 되어야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그들에게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따스한 복지의 손길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노인들, 다시 말하면 급격한 사회 변화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과도기적 노인세대’에 대한 특단의 보호대책은 더욱 시급하다.

박근혜 정부가 예산을 늘린다고 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노인 자살자의 통계를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후세계를 그려보았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노인 후보세대들은 국가와 사회를 믿지만 말고 자신을 가다듬어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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