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운석]9급 공무원이 꿈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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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운석]9급 공무원이 꿈인 나라
  • 광주타임즈
  • 승인 2016.08.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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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광주타임즈]학자가 부귀와 영달에 마음을 둔다면 차라리 배우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하지만 고려 시대 과거제가 실시된 이후 출세의 지름길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었다.

양반집 자제들은 소년시절부터 과거에 매달렸다. 성공한 양반이 되기 위해서다. 한데 해방 이후에도 고시열은 엄청났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할 경우 모교의 자랑이요 집안의 경사였다. 이에 판검사와 고위직 공무원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젠 교사는 물론 하위직 공무원과 직업군인도 어느 직업군보다도 좋은 직업으로 바뀌었다. 공무원은 성공한 자의 나라가 된 것이다. 지난달 한 지방대 교수의 한탄을 들었다. 대학은 다같이 학문의 전당이건만 언제부터인가 공무원시험 준비학원으로 변했다고 탄식한다.

수업시간에도 전공서적은 아예 덮어놓고 9급 공무원시험 교재를 쳐다보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9급의 경우 대부분 고교 졸업 학력을 요구하는데 대학에서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수준높은 강의를 할 필요가 있나 회의가 든다고 이 교수는 토로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 대학가의 경우 데모가 민주화 열풍이었다면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열풍이 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4120명을 뽑는 9급 국가직 공채 시험에는 22만 2650명이 지원했다.

국내 청년 취업준비생은 65만2000명으로 취업준비생의 40% 가까운 25만6000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기업체에 취업을 하려고 하는 청년은 14만명 선으로 공시생의 절반을 조금 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사법연수원 졸업자의 9급 공채 지원이다. 과거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면 판검사에 임용되거나 공무원에 임용될 경우 5급이 관례였는데 최근 변호사수가 늘어나면서 9급에 지원하는 사람까지 나타난 것이다. 대학가의 공시생 열풍은 어쩌면 당연하다.

평생 직장시대가 사라지는데다 고령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안정된 직장이며 연금이 좋은 공무원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7급이나 9급 공무원에 임용될 경우 정년까지 30년 안팎을 근무하는데 이 경우 대기업에 30년 근무한 사람만 못하나 퇴직후 공무원연금을 받을 경우 대기업 근무자보다 평생수입이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의 경우 임원으로 승진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30년을 근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교사나 공무원으로 퇴직한 친척이나 이웃 사람이 비교적 많은 연금으로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 반면 일반회사에서 일찍 퇴직한 뒤 쥐꼬리만한 국민연금을 받고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을 보고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열중한다. 공무원 시험 열풍의 한 단면은 8월1일 마감한 제 2차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순경) 원서접수 결과다.

2169명 선발에 6만6268명이 지원해 평균 30.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남경찰청은 여성의 경우 207.3대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보였다. 공무원 선호 현상은 9급공무원과 순경직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게되는 장기복무 군인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각군 사관학교의 경쟁률이 해마다 치열해지고 있으며 직업군인도 평생 수입이 쏠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사관이 되려는 고교생 또한 늘어난다는 것이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는 언제부터인가 부사관 지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여기저기 나타났다.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일꾼이다. 그러기에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자하는 대학생이 많아진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공시열풍은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고 노후 보장을 위한 것으로, 민간의 창의적 역동성을 필요로 하는 21세기에 과연 바람직한가는 의문이다. 그렇다. 지금의 공시생 열풍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안정된 일자리인 공무원만을 선호하게 해서는 안된다.

민간 부분에도 많은 인재들이 진출해 세계와 경쟁토록 해야 한다. 이에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과감히 부여해 많은 청년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하도록 해야하며 다수의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등 민간부분에 들어가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고교생이 대학에 가는 현상도 시정해야 한다. 교육개혁도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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