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경찰서는 10일 한센환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2명이 흉기에 살해된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CCTV 등이 설치돼 있지 않고 이웃들도 증언을 꺼려해 치료를 받고 있는 용의자 오모(68)씨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씨는 사건 직후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상태다.
병원측은 4~5일 정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선 오씨의 당일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마을에 설치된 CCTV와 휴대전화, 오씨와 천씨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했다.
그러나 CCTV에는 오씨의 행적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으며 블랙박스도 관리를 하지 않아 지난 5일 이후부터 영상이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용의자 오씨와 숨진 천모(65)씨, 최모(60·여)씨의 평소 관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거주하는 이웃들은 모두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며 병의 특성상 경찰과 접촉을 꺼려해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은 주변 탐문수사를 통해 "오씨와 최씨가 가깝게 지냈는데 최근들어 천씨와 최씨가 자주 어울려 오씨가 이들과 자주 다퉜다"는 증언을 확보한 상태다.
또 경찰은 병원 이송과정에서 오씨로부터 "내가 최씨를 찔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 오씨가 차량으로 5분거리인 최씨 집을 찾아가 먼저 살해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차량을 주차해 놓고 걸어서 2분거리인 천씨 숙소에가 2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병의 특성상 환자들이 폐쇄적이어서 외부인 접촉을 꺼려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용의자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