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손바닥만한 카카오 열매 깍지를 따고 껍질을 깐 알맹이 콩을 건조시키던 농부들은 수출길이 끊기면서 헛농사를 지은 게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농업장관이 앞으로 카카오 수출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북부 해안을 따라 펼쳐진 농업지대에는 카카오콩 부대들이 창고에 산처럼 쌓여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국내 최대의 카카오 수출업자들의 수출 면허를 갑작스럽게 취소함에 따라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힘들여 열매를 큰 칼로 수확하고 손으로 일일이 껍질을 벗겨 햇볕에 건조시키는 심한 노동을 한 농부들이 수확한 카카오를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초콜릿 원료로 각광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품질 좋은 카카오는 18세기부터 수확과 건조, 처리 기술이 뛰어난 최상품으로 농가 소득의 원천이었지만 벌써 재고품의 일부가 상하기 시작하고 있다.
카카오생산업자 협회의 알레한드로 프로스페리 대변인은 지난 1월부터 대형 수출기업의 선적이 중단되면서 창고에 쌓인 카카오가 5000톤에 육박하고 있으며 영세 수출업자들은 면허를 빨리 재발급받았지만 대기업들은 아직 수출 금지 상태이다.
호세 루이스 베로테란 농업장관은 정부가 왜 수출 면허를 취소했는지 해명하지 않은 채 곧 문제를 해결해서 카카오 수출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겠다고만 말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최고 명품 카카오를 생산하는 추아오 마을에서는 프랑스의 샴페인처럼 추아오 카카오의 원산지 표시를 두고 대기업과 생산업자들간에 얽힌 복잡한 갈등이 면허 문제의 원인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