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충격' 실종된 여성 3명 10년간 감금
상태바
'美 충격' 실종된 여성 3명 10년간 감금
  • 광주타임즈
  • 승인 2013.05.16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 미국에서 10대와 20대 초반 나이에 실종됐던 여성 3명이 10년 넘게 감금됐다가 최근 뒤늦게 구출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은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 경찰이 시내 중심가의 한 가정집에서 2002년부터 2004년 사이 실종됐던 여성 3명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피해 여성 3명이 감금됐던 집은 납치돼 실종된 곳에서 불과 몇㎞ 떨어진 한동네여서 충격이 더했다.

이날 오후 실종 여성 중 1명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웃 주민 찰스 램지였다. 그는 “길을 걸어가는데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문을 발로 쾅쾅 걷어차고 있었다”고 말했다. 램지가 다가가자 이 여성은 겨우 손이 빠져나올 만큼 열린 문틈으로 자신이 납치돼 감금됐으니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램지의 도움으로 문을 열고 빠져나온 이 여인은 곧장 옆집으로 달려가 911에 신고했다. 이 여성은 17세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03년 4월21일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던 아만다 베리(27)였다. 베리의 모친은 딸이 사라진 충격에 2006년 47세로 세상을 떠났다.

베리는 이날 경찰에 “다른 여성 2명도 갇혔으니 납치범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구해 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베리가 탈출한 집에서 또 다른 실종 여성인 지나 데헤수스(23)와 미셸 나이트(32), 베리가 납치범에서 성폭행당해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6살 딸을 함께 발견했다.

데헤수스는 14세 때인 2004년 4월2일 하교길에 사라졌다. 나이트는 21세 때인 2002년 8월23일 사촌 집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피해 여성들은 이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과 재회했다.

베리와 데헤수스의 실종 사건은 지금까지 수차례 언론에 보도됐었다. 지난 1월에는 한 교도소 수감자가 실종된 베리의 시신 관련 거짓 매장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4년6개월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나이트는 경찰이 그녀가 가출했을 것으로 추정해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경찰은 여성 3명을 납치, 감금한 혐의로 납치 피해자가 갇혀 있던 집주인이자 함께 살고 있던 히스패닉계의 아리엘 카스트로(52)와 그의 형제 2명을 체포했다. 아리엘 카스트로의 형 페드로(54), 동생 오닐(50)은 이웃에 살고 있었다. 카스트로의 이웃은 그가 선량한 통학 버스 운전기사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가 체포될 당시 학교 버스 운전사 일은 그만 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아리엘은 8일 강간 및 납치 혐의로 고발됐고 나머지 형제 두 명은 고발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경찰에 구금돼 있다.

카스트로가 납치한 여성들과 면식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의자들의 삼촌인 카에사르 카스트로는 “우리 집안 아이들과 데헤수스 집안 아이들이 같이 컸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들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조사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피해 여성들이 감금돼 어떻게 10년 간 철저히 외부와 격리돼 있을 수 있었는지가 가장 큰 의문으로 떠올랐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범죄 현장 보존을 위해 이들이 발견된 가옥 주변을 테이프로 두르고 차단벽을 설치해 봉쇄했다. 현장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그렇게 오랜 동안 누구도 이런 범죄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에 경악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누구도 피해자들을 지난 세월 동안 목격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인근 주민들의 잇단 제보로 부실 수사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관들은 애초 7일 언론 브리핑에서는 피해자들이 실종된 이후 지금껏 이들이 감금됐던 집과 관련된 범죄 신고나 화재 신고 전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주민 증언이 이어지자 수사 당국은 지난 15년 간 2차례 그 집을 수사관들이 찾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이번 실종 사건과는 무관한 방문이었다고 밝혀, 주민들의 증언과 배치된다.

피해 여성들이 발견됐던 집 인근에 사는 엘시 신트론(55)은 지난해 자신의 손녀가 그 가옥 뒷마당에서 한 발가벗은 여성이 기어 다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여성은 다시 가옥 안으로 들어갔지만, 손녀는 자신이 본 것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트론은 그러나 당시 경찰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집으로부터 두 집 아래 사는 후안 페리즈도 수년 전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그 집의 지하실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웃들은 또한 용의자 카스트로가 가끔씩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 나온 것을 목격했다. 신트론도 그 여자아이가 집 다락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경찰이 아리엘 카스트로의 집을 찾았다고 밝힌 것은 2000년과 2004년이다. 피해자들이 실종되기 전인 2000년 아리엘 카스트로가 거리에서 싸움이 붙어 경찰이 그의 집을 방문했다. 2004년에는 통학버스 운전사였던 카스트로가 버스 안에 한 아이를 방치해 놓았다는 신고가 들어와 수사관들이 그의 집을 찾아갔다. 실종 여성들이 이 집에 감금돼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현관문을 두드렸는데 응답이 없었으며, 이후 카스트로를 심문한 결과 그에게 범죄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경찰이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몇 달에 한 번씩 실종 여성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왔으며, 그간 베리의 시신을 찾기 위해 2차례 발굴 작업을 했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감금 생활을 한 피해자들에게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인질극 때 인질들이 그들을 풀어주려는 군이나 경찰보다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심리 상태)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006년 오스트리아의 나타샤 캄푸시 납치 사건을 사례로 들며 일부 피해자들이 납치범을 동정하는 징후를 보여 왔다고 분석했다. 10살 때인 1998년 등굣길에 유괴된 캄푸시는 슈트라스호프의 한 가옥 지하실에 8년 간 갇혀 지내다가 극적으로 탈출했으나 나중에 납치범을 “불쌍한 영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