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稅) 담뱃세
상태바
설탕세(稅) 담뱃세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10.14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 논설위원 고운석 = 내년에 한국 국민 한명(인구 5,042만명 기준)이 나라살림을 위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546만원으로 전망됐다. 국민 1인당 부채규모는 1130만원으로 올해보다 80만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데 담뱃값 및 주민세 인상 등을 둘러싼 증세 논란으로 여·야가 설전이다. 그런데 멕시코, 영국, 미국 등에선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런 설탕이 처음엔 약으로 쓰였다. 11세기 아라비아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12세기 비잔틴제국 황실 의사는 설탕에 절인 장미꽃잎으로 해열제를 처방했다. '흑사병'이라고 불린 페스트가 유럽을 휩쓸 때에도 설탕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17세기 초까지 설탕과 차는 약국에서 취급될만큼 귀중한 약품이었다. 병에 걸린 것도 아니면서 설탕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특권층뿐이었다.

그 '대단한' 신분이 '평범한' 신분으로바뀐 것은 산업혁명 이후였다. 그 무렵 영국 도시 노동자에게 가장 적합한 아침식사는 뜨거운 홍차와 설탕, 빵과 포리지(죽)였다. 특히 설탕을 넣은 홍차는 카페인이 듬뿍 든 즉 효성칼로리원이었다.

이 에너지는 일하는 도중의 '티 브레이크'에서도 발휘됐다. 설탕은 후추나 향료처럼 고급스러운 조미료이기도 했다. '하얀 금'으로 불린 백설탕은 정교한 세공품으로 만들어져 파티를 빛냈다.

결혼피로연의 웨딩케이크 기원도 여기서 비롯됐다. 순백의 설탕과 화려한 초콜릿, 달콤한 케이크는 예나 지금이나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설탕은 이제 비만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기구는 비만과 당뇨때문에 쓰는 의료비용이 한해 5000억달러나 된다고 경고한다.

설탕에 세금을 매기는 나라도 늘고 있다. 남미의 '뚱보나라'로 꼽히는 멕시코는 지난해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연간 9억달러를 징수해 재정 적자 해소에 쓴다고 한다. '비만국가' 1위인 미국도 올들어 가공식품 의무표시에 설탕 첨가량을 포함시켰다.

영국은 한발 더 나가고 있다. 식품회사에 설탕세를 부과하면서 대형마트의 계산대 곁에 설탕 함유식품을 놓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영국음료연합회가 "모든 식단에서 탄산음료 비중은 3%에 불과한데다 기업들이 설탕 함량을 낮추고 저칼로리 음료 광고 비중을 49%까지 끌어올렸는데도 규제만 앞세운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설탕세가 효과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몇년 전 덴마크가 고열량 식품에 비만세를 부과했다가 1년 만에 폐지했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컸기 때문이다. 비만 억제와 의료재정 안정화를 위해 도입했으나 사람들이 고지방 식품 소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값이 싼 이웃나라에서 사오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고용이 감소하자 당국은 두손을 들고 설탕세와 초콜릿세 도입까지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실물 경제 원리에 맞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 한데 한국에선 담뱃값을 올릴바에야 대폭 올리는 게 낫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많다. 찔끔 올려봤자 금연효과가 덜하다는 것. 그런면에서 2,000원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2,000원을 올리면 건강증진부담금 8,700억원이 늘어나는데, 이 돈은 흡연자 건강관리와 국민건강증진에만 쓰자는 것. 따라서 담배를 끊을 수 있게 의사의 상담 진료비를 폭넓게 지원하잔다.

의사가 밀착 관리하면 금연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며, 그러니 흡연치료제나 검사비에 건보를 적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피룡가 있단다. 담배와 관련한 각종 질병의 치료비 지원도 아끼지 말고, 이번 기회에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삽입하는 정책도 반드시 시행 한잔다.

그래야 가격 인상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흡연율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덴마크의 사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