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 "바둑 인기 되살아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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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 "바둑 인기 되살아날 것…"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8.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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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곧 중국 다시 이길 것"

[영암=광주타임즈]조대호 기자 = "한국 바둑이 최근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곧 다시 일어설 겁니다."

지난 11일 영암의 한옥호텔 영산재에서 열린 '2014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폐회식에서 만난 '바둑 황제' 조훈현(61) 9단은 차분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단언했다.

'2014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김인(71)·조훈현·이세돌(31) 9단 등 대한민국 국수(國手) 3인을 기념해 이들의 고향인 전남도와 영암(조훈현)·강진(김인)·신안(이세돌) 등 전남 3개군이 공동 주최한 총규모 9억원의 매머드급 행사다.

한국과 중국의 현역 최고수 5명씩이 맞붙은 '한·중 단체바둑 대항전', 한국·중국·일본·타이완 등 동북아 4개국의 '바둑 전설'과 신예 미녀기사가 짝을 이뤄 펼친 '국제페어바둑대회' 등 초특급 국제대회가 열렸고 부속행사인 '국제어린이바둑대축제(국제어린이교류전)'에는 세계적인 바둑계의 '별'들을 직접 보기 위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1000여 명의 바둑 꿈나무와 가족, 바둑 팬들이 찾았다.

조훈현 9단은 국내 '페어바둑의 여성 1인자' 오정아(21) 2단과 짝을 이뤄 출전한 페어대회의 제1라운드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인 중국의 차오다위안(曹大元·52) 9단-장웨란(張越然·23) 초단에게 불운의 시간패를 당했으나 제2라운드에서 강적인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63) 9단-만나미 나오(萬波奈穗·29) 3단 조, 제3라운드에서 2연승을 달리던 타이완의 린하이펑(林海峰·72) 9단-헤이자자(黑嘉嘉·20) 6단 조에 각각 불계승을 거두며 2승1패로 중국·타이완과 함께 공동우승을 차지해 명예를 지켰다.

그러나 메인행사인 한·중전에서 한국은 제2라운드까지 6-4로 앞서다가 제3라운드에서 1-4로 무너져 종합전적 7-8로 역전패해 중국에 초대 우승의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지난해 열린 7개 세계대회에서 중국이 메이저급 타이틀 6개를 가져갈 동안 한 개도 차지하지 못했다.

마이너급 타이틀 1개도 일본이 품었다. 지난 2월 열린 올해 첫 메이저 세계대회인 제18회 LG배에서는 중국 기사끼리 결승전을 치러 퉈자시(23) 9단이 저우루이양(23) 9단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는 26~28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2014삼성화재배월드바둑마스터스'의 본선 32강에도 한국이 시드권자 5명, 와일드카드 1명을 포함해 11명에 오른 데 반해 중국은 시드권자 5명 등 16명이 진출해 우위를 보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열린 국제대회였고 한국이 제2라운드까지 앞서 나가면서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허사였다. 국내 바둑의 '거목'들을 기념하는 대회를 끝내 중국을 위한 또 하나의 '밥상'으로 만들어준 셈이다.

1989년 제1회 응씨배에서 중국의 네웨이핑(聶衛平) 9단에게 1승2패로 뒤지다가 제4~5국을 내리 이겨 3-2, 초유의 대역전극을 펼치며 '바둑올림픽'을 석권했던 조훈현 9단이기에 후배들의 이 같은 패배가 더욱 뼈아팠을 듯하다.

(재)한국기원 이사이기도 한 조훈현 9단은 "바둑이 중국에서는 현재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둑 인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대회도 많이 치러지죠. 반면 한국에서는 다소 후퇴한 모양새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입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국가대표 상비군도 만들어져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 중인 만큼 조만간 옛 영광을 되찾을 것입니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셔도 됩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훈현 9단도 짚었듯이 한국 바둑이 처한 위기는 국내에서의 바둑의 인기 하락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조훈현 9단은 이 역시 곧 타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바둑계가 전체적으로 다운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바둑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컴퓨터, 핸드폰으로 몰려갔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바둑이 도박처럼 나쁜 것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겠죠. 그렇지만 좋은 점이 많은데도 바둑의 인기가 떨어진 것이니 일시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둑계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어린이바둑교실을 많이 여는 등 보급에 힘쓴다면 바둑 팬들은 다시 늘어날 것입니다. 바둑은 한 번 배우면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니까요."

조훈현 9단은 바둑의 장점으로 몇 가지를 들었다.

"바둑은 어린이나 청소년의 두뇌계발에 좋습니다. 나이 들어서 치매에도 안 걸리게 하죠. 바둑판과 바둑알만 있으면 되니 돈도 안듭니다. 기원에 가도 하루종일 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영화도 1편을 보려면 만원이나 드니까요. 게다가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둑입니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축구를 할 수도 없죠. 가족들이 모여서 고스톱하는 것은 좀…. 바둑은 누가 봐도 좋아 보입니다."

바둑의 가장 약점은 역시 '배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훈현 9단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를 바둑의 장점으로 해석했다.

"맞습니다. 바둑을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은 처음 배우기가 어려워서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우니 매력이 있고 인기가 있는 것입니다. '홀짝'처럼 쉽다면 사람들이 한두 번 하다가 말겠죠. 컴퓨터가 이미 사람과 체스를 둬 이기기도 하지만, 아직 사람과 바둑을 둬서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수십년, 수백년 뒤에는 컴퓨터가 이길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그렇지 못할 겁니다. 그런 점이 바둑의 인기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게 하는 이유입니다."

조훈현 9단에게 조심스럽게 '페어대회에서 공동우승에 그친 것이 아쉽지 않느냐'고 물었다. 파트너 오정아 2단이 "중국전에서 내가 실수만 하지 않았어도 우리가 단독우승을 할 수 있었다. 사범님께 죄송하다"며 계속 조훈현 9단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낸 것을 의식한 질문이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요. 제가 못둔 거죠. 저는 (아내도 그렇지만)여자를 잘 만나요, 여자 덕에 삽니다"라고 말한 뒤, "하하하"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조훈현 9단은 이어 "첫 판에서 진 뒤 꼴찌를 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공동우승을 했어요, 천만다행이죠. 중국전 패배는 이미 지나간 것일 뿐이구요. 오히려 3개 팀이 사이좋게 공동우승을 해 친선대회로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대회는 조훈현 9단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대회이기도 했다. 한국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이번 대회가 출범한 만큼 그는 더욱 더 발전하기를 바랐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이같은 큰 행사는 없었습니다.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새롭게 출범한 국수산맥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보다 국제적인 대회가 됐으면 합니다. 바둑계와 바둑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조훈현 9단은?

1953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1962년 만 9세에 바둑계에 입단, 현재까지 세계 최연소 입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50여 년 간 프로기사로 활약하며 한국 최초의 9단(1982년)·통산 최다대국(2745국)·최다승(1919승)·타이틀전 최다 출전(236회)·최다 타이틀 획득(159회) 등의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1900승'의 대업적을 이뤘다. 별명은 '바둑황제', '전신(戰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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