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유령 쫓아 헛발질만 한 檢·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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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유령 쫓아 헛발질만 한 檢·警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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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검찰 수사 3개월의 기록’
[사회=광주타임즈]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수사 초기 유 전 회장에 대한 혐의 입증을 자신하며 그가 제 발로 출석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검찰은 결국 3개월 만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핵심 수사 대상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한 발 늦게 그의 뒤를 쫓으며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쳤지만 끝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수사를 두고 검찰의 무능한 정보력과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과의 수사 협조에도 문제점이 노출됐다.

또한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뒷북 수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유병언 출석 믿는다” 순진했던 檢

검찰은 세월호 참사 나흘 뒤인 4월20일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수사 및 책임재산환수를 위한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을 인천지검에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속전속결’의 의지를 보이며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측근들에 대한 연이은 소환 조사 등을 통해 경영 비리를 입증할 증거들을 확보했다.

특히 검찰은 송국빈(62·구속 기소) 다판다 대표, 이재영(62·구속 기소) ㈜아해 대표, 변기춘(42·구속 기소) 천해지 대표, 고창환(67·구속 기소) 세모 대표 등 유 전 회장 측근 8명을 잇따라 구속하며 유 전 회장을 압박했다.

하지만 비웃기라도 하는 듯 유 전 회장은 5월16일 소환에 응하지 않았으며, 5월20일에는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릴 예정이었던 법정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이미 세월호 참사 직후 장남 유대균(44·지명수배)씨와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총본산인 경기 안성 소재 금수원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후 그는 4월23일 새벽 금수원을 빠져나온 뒤 신도들의 집을 거쳐 5월3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이를 뒤늦게 파악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간 사실을 5월17~18일께 파악했다.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의 작전 실패

검찰은 5월22일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팀을 전남 순천 지역에 급파했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서 빠져나간 뒤 순천 일대에 은신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5월24일 오후 11시께 유 전 회장의 측근 추모(60·구속 기소)씨를 순천 자택에서 체포하는 등 이틀 동안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4명을 검거했다.

이후 검찰은 추씨 등의 진술을 토대로 유 전 회장이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 은신하고 있다고 판단, 5월25일 오후 11시20분께 별장을 급습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구원파 신도 등의 연락을 받고 달아난 뒤였다. 별장에는 유 전 회장과 도피 생활을 함께 했던 혐의를 받고 있는 여비서 신모(33·구속 기소)씨만 남아 있었다.

당시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별장은 송치재휴게소에서 불과 1㎞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검·경의 포위망이 지나치게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별장을 급습하기 전 송치재휴게소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유병언 추정 변사체 발견…끝까지 이어진 뒷북 수사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6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돼 있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순천 별장에서 채취한 체액과 금수원 내 유 전 회장 집무실에서 채취한 DNA시료, 검지손가락 지문 1점이 일치한 점을 들어 검·경은 유 전 회장의 시신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유 전 회장의 형 유병일(75·구속 기소)씨와의 부계 Y염색체 및 모계 X염색체(미토콘드리아 확인법)를 대조한 결과 동일한 부모를 둔 형제라는 결론이 도출된 점, 스쿠알렌 등 유 전 회장의 유류품이 발견된 점 등 정황증거도 고려됐다.

결국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40일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앞서 검찰이 유 전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급습했던 순천 별장에서 불과 2.3㎞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의 초동 대처를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던 대검찰청은 “유 전 회장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검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만료되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 법원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해 유효기간이 6개월에 이르는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받기도 했다.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는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이제 검찰은 3개월 이상 유 전 회장의 그림자만 쫓다가 그의 죽음마저 뒤늦게 파악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 22일 감찰1과장을 주축으로 감찰팀을 꾸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급파했다.

감찰팀은 발견된 시신이 유 전 회장인지 여부를 장기간 확인하지 못한 이유와 업무처리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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