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차는 말없이 좋은 친구가 돼 주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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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는 말없이 좋은 친구가 돼 주곤 해요”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7.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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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田 송희자씨, 암과 싸우며 20년째 연구 매진
맞춤형 꽃차 매뉴얼 완성 … 연간 억대 매출 ‘↑’

[담양=광주타임즈]조상용 기자 = “꽃차는 제게 또 다른 반려자예요. 삶이 고단할 때, 누군가 그리워질 때, 그리고 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싶을 때 꽃차는 말없이 좋은 친구가 돼 주곤 하죠.”

꽃차 전문가 다전(茶田) 송희자(51·여)씨. ‘꽃차 예찬론’에 그녀의 입가엔 침이 마를 틈이 없다.

말씨나, 외모나 영락없는 서울토박이인 그녀가 꽃차에 빠져든지도 어언 20년이 다됐다.

서울영동여고를 나와 일본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서울의 한 유명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활동하던 그녀가 300㎞ 가까이 떨어진 담양의 한적한 시골마을로 내려온 건 지난 1993년.

편찮아 몸져 누운 시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남편 박공현(56)씨를 따라 박씨의 고향으로 무작정 내려왔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시골 생활에 낯선 풍습과 언어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급격한 환경변화는 스트레스가 됐고, 급기야 우울 증세까지 생겨났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똑녀 근성으로 찾아낸 게 바로 꽃차였다.

집 주변에 산과 들이 많아 쉽게 꽃을 접할 수 있고, 사시사철 다양한 꽃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평소 꽃을 좋아했던 그는 꽃과 식물에 관련된 책들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도전에 짜증도, 스트레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이어설까, 우여곡절도 적잖았다.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의욕만 앞서 들꽃으로 무작정 꽃차를 만들어 먹었다가 배탈이 나고 ‘미용에 좋다’는 말에 복숭아꽃차를 기준량보다 많이 마셨다가 설사로 고생하기도 했다.

사업이 한창 커가던 2004년 무렵에는 ‘상품이 변했다’며 항의와 함께 반품소동을 겪기도 했다. 수작업이 한계를 보인 것이다.

실패를 교훈삼아 그는 건조기를 구입하고 밤을 새가며 3년 간 노력한 끝에 꽃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꽃차 매뉴얼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몸이 고장났다. 예고없이 찾아든 암으로 위의 상당 부분을 절제한 뒤 꼬박 2년을 쉬어야만 했다. 좌절할 법도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위기가 곧 기회’라며, 새로운 꽃차를 개발하는가 하면 피로감이 덜한 꽃차 교육에도 매진했다.

믿고 기다려준 단골들도 큰 자산이 됐다. 3~4차례의 큰 고비를 넘긴 그는 이제 연간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부농, ‘꽃차의 대모(大母)로 우뚝 섰다.

전남도립대와 우성정보대, 농업기술원에서 꽃차에 관한 강의도 하고,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에서는 ‘꽃차 마이스터’를 양성하기도 했다.

전국 각지 기관에서 ‘꽃차 소믈리에’ 과정을 열고, 해마다 국제꽃차품평회와 꽃차 소믈리에 경진대회, 학술 세미나도 열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메이드 인 담양’ 꽃차는 미국 알래스카, 룩셈부르크 등지에서 주문도 받고, 캐나다로도 일부 팔리고 있다.

“꽃으로 차를 만든다고?”. 연신 고개를 젖던 남편도 이젠 누구보다 앞장 서 일을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다.

눈 코 뜰새없이 바쁜 그녀는 최근 새로운 책까지 펴냈다.

꽃차에 관한 정보가 전무했던 2004년에 출간돼 세간에 관심을 받으며 우수 도서로 선정됐던 ‘마음 맑은 우리 꽃차’의 개정판으로, 첫 출간 후 10년 간 쌓아온 노하우가 오롯이 담겨 있다.

모란과 작약, 왜당귀 등 약초꽃에서 때죽나무와 병꽃나무 등 식용나무에서 피는 꽃, 민들레와 개망초, 여뀌 등 야생차까지 115가지의 다채로운 꽃차를 소개했다.

그는 13일 “꽃은 영양의 종합체지만 독성이 강한 종도 많아 꽃을 올바른 방법으로 음용할 수 있는 방법과 만드는 법을 소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찔레꽃차를 시작으로 160여 가지 꽃차를 만들 수 있게 된 그녀는 “꽃차는 눈으로 즐기는 차, 귀로 마시는 차, 코로 먹는 차, 마음으로 마시는 차라 할 수 있다”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꽃차의 매력과 진한 향기에 빠져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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