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高 외조카 잃은 김재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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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高 외조카 잃은 김재만 씨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5.2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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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진도 모두 초상집
늘 기억하고 재발 막아야

외사촌 잃은 박근완씨
[진도=광주타임즈] 박성민 기자 = "나고 자란 고향에서 참담한 사고가 발생한 것도 믿기지 않는데 단원고에 다니던 외조카까지 잃어 슬픔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네요"

전남 진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근완(57)씨. 진도토박이인 그에게 '세월호'는 그 무엇으로도 형언하기 힘든 '2중의 비극'이다.

고향 경제가 쑥대밭이 되고 지역 전체가 초상집으로 변한 것도 감당하기 힘든 마당에 안산에 사는 외조카마저 주검으로 돌아와 넋을 잃을 지경이다.

외조카 김동영(17·단원고2)군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 5일. 군헬기의 도움을 받아 안산으로 이송된 김군은 지난 8일, 발인 후 납골당에 안치됐다. 애타는 가족의 심정을 헤아린 듯 '어린이날'에 발견돼 '어버이날'에 고이 잠들었다.

외종사촌 김재만(51)씨의 딱한 사정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박씨의 슬픔은 더했다.

"동영이가 재만에게는 하나 뿐인 아들이예요. 집안의 대가 끊긴 거죠. 근데 외사촌의 친동생도 지난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어요. 그 애끓는 심정,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애달픈 심정에 매일 밤 술잔을 기울일 뿐이다. 재만씨가 진도에 머문 20여 일 동안에는 끝모를 절망과 기약없는 기다림에 재만씨가 지쳐갈 때마다 말없이 식사를 챙겼다.

다정한 그지만 사고 당일 겪은 황당한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민다.

"4월16일 곰탕 40여 개를 급히 준비해 체육관으로 달려갔는데 얼굴이 찢어지고 모포를 둘러쓴 채 벌벌떠는 학생들 사이로 어른 10명 가량이 따뜻한 곰탕을 받아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먼저 탈출한 선원들이지 뭡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복장이 터집니다"

사고 해역 인근 팽목항은 박씨가 태어난 임회면 송정마을과 차로 불과 10분 거리다. 인근 봉상마을에서도 한 주민이 단원고에 다니는 조카를 이번 사고로 떠나 보내야만 했다.

혈육을 잃은 아픔 못지않게 박씨에겐 진도인으로서 느끼는 애달픈 심정도 크다. 무너진 지역경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그는 25일 "세월호에서 나온 기름 유출로 조도와 관매도 미역, 진도 전복이 반품돼 어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자영업자들도 사고 전에 비해 월 수입이 30%대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 수습이 되더라도 진도의 아픈 기억은 지역경제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리며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재난 매뉴얼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부에 대한 질타도 빠트리지 않았다. "재만이가 4월말께 바지선을 타고 사고 해역에 나간 적이 있는데 해경 측의 무책임한 발언에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며 "가족들이 무언가를 요구해야 구조작업을 하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답한 심경에 긴 한숨을 몰아쉬던 박씨는 '세월호의 교훈'을 꼭 되새겨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노력을 당부했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나면 그 상태 그대로 보존해 해양안전센터나 기록관, 안전교육센터 등을 만들었으면 해요. 그래야 대대손손 세월호의 교훈, 팽목의 울부짖음을 잊지 않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선주, 선사, 공공기관 안전부서 담당자 모두 진도에서 교육을 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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