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다시 오라고?” 공보의 추가차출, 전남주민들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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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시 오라고?” 공보의 추가차출, 전남주민들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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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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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관내 공중보건의 절반 차출
의사 없어 순회근무 보건소 늘어
총 45명 차출…전국서 가장 많아
농어촌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커
27일 오전 담양군 한 마을에서 주민이 진료를 받기 위해 보건지소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오전 담양군 한 마을에서 주민이 진료를 받기 위해 보건지소를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예방접종하러 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없다고 하네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공공보건의(공보의) 추가 차출이 이뤄진 지 2일째인 27일 오전 담양군 한 마을 보건지소.

이 마을 보건지소 출입문에는 ‘내과 선생님의 파견근무로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만 진료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을 보지 못했는지 보건지소를 방문했던 주민 양모(74)씨는 “헛걸음을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지소를 찾아왔는 양씨는 “의사 선생님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차출돼 오늘은 예방접종 주사를 맞지 못한다고 한다”며 “읍내까지 나갈 수는 없고 내일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해당 보건지소 접수대에도 예방접종과 진료를 매주 화, 목요일에만 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공보의가 없는 진료실은 불이 꺼진 채 빈 책상 위 청진기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약 10㎞ 떨어진 인근 또 다른 보건지소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진료 접수대에는 내과 진료는 일주일에 두 번만 가능하다고 문구가 붙어있었다. 불이 꺼져 있는 진료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보건지소 앞에서 만난 마을주민 박모(80)씨는 “혈압약이나 관절약은 미리 받아 놓으면 되는데 갑자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며 “급하게 병원을 가야 할 때 차도 없는 노인들은 여간 막막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농번기가 시작돼 가뜩이나 바쁜 시기에 읍내 병원까지 오가야 할 처지”라며 “이러니 누가 시골에서 살겠나.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끝나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담양 관내 보건지소는 지난 11일에 이어 25일 공보의 추가 차출이 이뤄지면서 배치된 전체 공보의 10명 중 절반인 5명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

담양에서는 공보의 감소 추세로 기존 대서와 대덕, 수북보건지소 등 3개소가 순회진료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보의 차출로 무정과 대전, 월산, 창평 등 4개 보건지소와 보건소까지 순회진료를 하는 곳이 더 늘었다.

이처럼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공공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남지역 공중보건의가 대거 차출되면서 농어촌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된다.

전남도는 보건복지부 방침에 따라 지난 11일 23명의 공중보건의를 파견한 데 이어 25일 22명을 추가 파견했다. 앞서 지난 4일엔 공중보건의 1명이 긴급응급의료상황실에 배치됐다.

2주일새 44명, 한 달도 안돼 45명의 공중보건의가 지역을 떠나 수도권, 대도시 등지로 차출된 것이다.

1·2차 파견 인원은 전남지역 전체 공중보건의 267명의 16.8%에 이르는 것으로, 차출 인원만 놓고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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