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혁신가’ 스즈키 세이준의 미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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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혁신가’ 스즈키 세이준의 미학을 만나다
  • /차아정 기자
  • 승인 2024.03.2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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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 ‘다이쇼 로망’ 3부작 상영
4월 10일까지…신작 영화도 공개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지고이네르바이젠'.  										            /광주극장 제공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지고이네르바이젠'. /광주극장 제공

[광주타임즈] 차아정 기자=장르의 혁신가 스즈키 세이준의 탐미주의적 미학이 담긴 ‘다이쇼 로망 3부작’이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광주극장에서 상영된다.

광주극장은 ‘장르의 혁신가’라고 불리며 일본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미학을 선보인 거장 스즈키 세이준을 조명하며, 그의 작품들 중 ‘다이쇼 로망 3부작’을 28일부터 4월 10일까지 상영한다. 

스즈키 세이준(1923~2017)은 ‘어느 영화든 반드시 한두 장면은 깜짝 놀랄 명장면을 선사한다’라는 연출 철학 아래 영화를 제작해 온 파괴의 미학가다. 

그는 1948년에 쇼치쿠에 입사해 조감독 생활을 했고, 1956년에 닛카츠로 옮겨 근 10여 년간 40여 편에 달하는 B급 영화를 만들었다.

스즈키 세이준은 다량의 B급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자신만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이며, 닛카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1956년 ‘항구의 건배, 승리를 나의 손에’로 데뷔 후, ‘관동 무숙’, ’동경방랑자’, ’살인의 낙인’ 등 60년대 혁신적인 야쿠자 영화 영화들을 선보이며 갱 영화, 뮤지컬, 코미디, 시대극을 가로지르며 장르의 관습성을 파괴했다. 

그만의 파격적인 스타일의 혁신은 왕가위, 짐 자무쉬, 쿠앤틴 타란티노, 박찬욱, 류승완, 김지운 등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스즈키 세이준의 다이쇼 로망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지고이네르바이젠​(1980년)’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강렬한 색채의 작품으로 스즈키 세이준 미학의 대표작이다. 군사학교 교수인 아오치는 한때 동료였으나 지금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친구 나카사고를 쫒는다. 그 과정에서 자유롭고 이기적인 나카사고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역겨워하는 아오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두 번째 작품 ‘아지랑이좌(1981년)’는 다이쇼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이즈미 교카의 소설을 원작으로 ‘가부키 영화’라는 이색적인 스타일을 취한 세이준 미학의 결정판이다. 1926년 다이쇼 말년, 미지의 미녀와의 만남을 거듭하던 극작가 마츠자키 순코는 사랑과 미움의 소용돌이에 끌려 농락당하면서 현실이라고도, 저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꿈의 세계를 헤매게 된다. 영화를 채우는 것은 불꽃놀이 하듯이 흩어지는 꽃들, 꿈처럼 강물 위를 떠가는 배, 병풍을 메운 기괴한 풍속화가 엮어낸 눈부신 이미지들이다. 

다이쇼 로망 삼부작의 마지막인 ‘유메지(1991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환상적인 연출 미학이 빛나는 작품이다. 미인화로 유명한 다이쇼 시대의 화가 다케히사 유메지에 대한 영화이나, 유메지의 일생을 다루는 전기 영화는 아니다. 그가 한창 예술가로 명성을 날릴 무렵 가나자와로 여행을 간 사실에 기초해 공상가이자 호색한인 유메지의 격정적인 날들을 허구적으로 그려냈다. 

이와 함께 광주극장은 다양한 신작을 개봉했다.

지난 23일 개봉한 ‘벗어날 탈 脫’은 죽기 전에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영목’과 작품을 위해 영감을 기다리는 ‘지우’ 앞에 드러난 미스테리한 번뇌의 순간을 담고 있다. 영화는 두 인물의 번뇌와 고뇌를 강렬한 색감과 미장센으로 표현했다.

27일 개봉하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은 자연과 가까이 살고 있는 부녀의 작은 마을에 갑작스레 글램핑장 건설을 위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 감독이었던 이시바시 에이코가 라이브 퍼포먼스용 영상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의뢰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4월 3일 개봉하는 ‘키메라’는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도굴꾼 아르투가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매는 기묘한 모험을 다룬 드라마로, 2023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같은 날 개봉하는 ‘라스트 썸머’는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 ‘테오’와 금지 된 사랑에 빠진 중년 여성 ‘안느’의 위험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신작으로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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