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무더기 사직 예고에…환자·보호자 절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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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무더기 사직 예고에…환자·보호자 절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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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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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고통·보호자 무너지는 마음 안다면 이럴 순 없어”
“수술 밀리고 보수에도 영향 있을 것” 의료진들도 우려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줄지어 선 빈  환자침대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줄지어 선 빈 환자침대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교수들 마저 떠나면 환자들은 이제 정말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전국 의대 교수들이 ‘무더기 사직’을 예고한 25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만난 안 모씨(45)는 아버지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의 70대 아버지는 얼마 전 이 병원에서 전립선 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주말 사이 조선대 의대 교수 78%가 사직서 제출에 동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암 특성상 초기 진료가 중요한데, 전공의 이탈 상황에 이어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날 의사를 나타내면서 남는 인력으로 병원을 운영할 경우 진료가 지체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담당 교수가 암 진단을 했으니 아버지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담당 교수가 떠나고 10% 남짓 교수들만 남으면 전공의도 없는 상태에서 진료가 가능한 것이냐”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골든 타임을 놓치고 상황이 더 악화되면 어느 누가 책임져주는 것도 아닌데 왜 환자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40대 아들의 뇌질환 치료를 위해 함께 병원에 온 고모 씨(65·여)도 불안함을 내비쳤다.

고 씨는 “뇌 관련 진료는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한 것이지 않느냐. 전남대 병원도 상황이 마찬가지일 텐데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적어도 보호자들에게는 관련 상황을 공유해줘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의료대란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이날 병원 대기석은 텅 비어있는 등 예전과 비교해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하던 보호자들은 의료진과 교수들의 이탈 등으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 씨는 한산한 대기석을 보며 씁쓸하다고도 했다. 그는 “대학병원이 이렇게 한가한 것을 난생 처음보는데 씁쓸한 감정도 동시에 든다”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살기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났을 그 마음이 애잔하다”고 했다.

전날 조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60대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온 윤소현 씨(30·여)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기존 기록이 있는 이곳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싶지만 돌아오는 건 어렵다는 대답 뿐이다”라며 “병원에서 권유하는 종합병원은 사람이 너무 많아 예약도 힘들고 검사도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 씨는 “환자들의 고통과 위중한 상황, 보호자들의 무너지는 마음을 의사들이 안다면 이럴 순 없다”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 될 경우 의료진들 역시 진료 차질과 병원 상황 등을 우려했다.

전남대병원 수술실 앞에서 만난 의료진 A 씨는 “교수들이 빠진다면 잡혀있는 수술들이 뒤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고 말했다.

의료진 B씨는 병원에 입점한 업체를 비롯해 간호사들의 보수 지급에도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했다.

B씨는 “병원 수익의 40%가 인건비로 지급되는데 교수 사직으로 인해 환자가 더 감소해 수익이 감소한다면 월급 주기도 힘들어질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는 줄줄이 병원에서 나가야 할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집단 사직과 관련해 교수 C씨는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일방적인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C씨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올해까지는 어떻게든 버틴다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대란을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남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7명의 교수가 참여한 설문조사를 통해 87.3%가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조선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에 78%가 찬성했다.

사직과 별개로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의견에도 다수가 동의해 단축 진료, 외래 진료 최소화, 병상 축소 운영 등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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