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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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보내며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12.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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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12월도 끝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한해의 마지막 달력이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이면 여기저기 모임도 많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술자리도 늘어나 괴롭다. 약속을 깨자니, 신뢰가 걸리고 지키자니 속이 걱정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금리 부담, 인건비 상승 등으로 냉각된 지역 경기를 생각해 보면 직장인들의 송년 모임마저 없어진다면 광주전남의 경기는 아마도 바닥이 아니라 지하가 될 것이다. 송년회를 안 할 수는 없고 꼭 해야 한다면 모든 것을 적당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송년회(送年會)는 ‘지난해를 보내며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라는 뜻이다. 먹고살만 해지니 반성보다는 먹고 마시는 자리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연중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일까? 그러다 보니 송년회 자리에는 술이 빠지면 ‘팥소 없는 찐빵’이다. 하지만 술은 적당히 먹으면 약이요, 과하게 마시면 독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가 알고 있는 것 같이 몸을 생각해서라도 과음은 피해야 한다.

연말 술자리는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기 위하기 위한 것이지만 간혹 자리에 참석한 몇몇 사람들은 과음으로 희망찬 내일이 아닌 속 아프고 머리 아픈 내일이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시끌벅적한 송년 모임 대신 소외된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술 대신에 문화공연이나 독특한 이벤트로 송년회를 하는 직장이 늘고 있다. 주로 저녁 시간대 이뤄지는 망년회와 송년회를 아예 점심시간대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요란하게 보내기보다는 경건하고 조용하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한 해를 어떤 식으로 보냈을까.

우리 조상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누군가에게 빌린 돈이 있다면 깨끗이 갚는 등 금전적 채무 관계는 물론 한 해를 보내며 다른 사람에게 혹시 폐를 끼치거나 은혜를 입었다면 그러한 마음의 빚까지도 모두 개운하게 청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섣달그믐날이면 수세(守歲)라고 해서 방을 비롯해 마루, 부엌, 외양간, 마구간은 물론 측간까지 곳곳에 불을 밝히고 액운을 막고 집안이 두루두루 잘 되기를 빌기 위해 조왕신(부뚜막신)의 하강을 기다리며 밤을 새우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전통의 풍속은 한 해를 보내며 떠들썩하게 웃고 즐기고 춤추며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한 해 동안의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 허물이나 과오를 들춰내 반성하고 깨끗이 정리한 뒤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한 성스러운 자기성찰의 시간을 보내려는 성격이 짙었던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가 지고 있다. 이제 망년 모임이건 송년 모임이건 별로 남지도 않았지만, 이제부터라도 또 한해가 무탈하게 지나갔음을 감사하고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과 차라리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반성을 담아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겠다. 

별것도 아닌 일로 멀어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잘못이 자신에게 있던, 오해이든 한 해를 마감하는 순간 화해와 용서를 나누는 일은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한 해를 지나는 동안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지 않았는지, 혹시 다른 사람의 진로를 방해하지는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甲辰年도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송년 모임으로 바쁜 시기지만 무얼 쥐고 새해를 시작할지 각오를 다져야 한다. 나쁜 기억이라고, 실패한 경험이라고 망년회를 하면서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보다는 2024년 갑진년(甲辰)을 맞이하는 온고지신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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