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챙기는 국민 마음건강
상태바
국가가 챙기는 국민 마음건강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12.12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정부가 지난 5일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 정책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전 국민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정신건강 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더는 개인의 문제로 두지 않고 국가가 나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울증 환자는 100만 명이 넘고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5년 289만 명에서 2021년 411만 명으로 72%나 늘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이 이렇듯 급증하고 있지만, 치료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등 각종 정신건강 관련 지표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 확산과 경제난 등 사회환경 변화로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종전 정신건강 정책은 중증 정신 질환자에 대한 치료·요양에 편중됐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후·수동적 대처로 사전 예방과 조기 치료, 회복 및 일상 복귀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2027년까지 국민 100만 명이 1인당 60분씩 8회에 걸쳐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는 중·고위험군 8만 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20~34세 청년의 정신건강 검진은 2년마다 시행하고 검사 질환도 우울증 1종에서 조현병, 조울증 등 3종 이상으로 확대, 상담·치료가 가능하다. 심각해지는 청년층 정신건강을 좀 더 살피겠다는 의미다. 24시간 응급출동 가능한 인력을 늘리고,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 입원 병상 확대와 수가 인상, 일상 회복을 위한 정신 재활 서비스 제공, 고용 주거 지원도 대책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자살률을 10년 안에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단순 선언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실효적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면 왜 쉽사리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면서도, 그냥 두면 자연히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도움을 요청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불신, 정신건강 문제는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오해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힘든 시간을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 견뎌내고 있다. 

정신과 의사와 병원·수용시설은 물론 재활시설 등이 턱없이 모자란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환자들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할 재활시설이 있는 곳이 전국 시·군·구 226곳 중 절반 정도에 그치고, 수용 인원도 6900여 명으로 중증 정신 질환자(약 65만 명)의 1% 남짓이다. 주민 반대가 심해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중증질환자 관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응급실 부족난 속에서 정신 응급시설 확충도 먼 얘기로 들린다.

모두가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동의한다. 누구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수 있지만, 이것은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를 들었다면, 무시하거나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

이에 정부는 정신건강 정책을 혁신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4대 전략 및 핵심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범정부 차원 ‘전 국민 정신건강 혁신방안’을 내놓고 대통령 직속 기구를 설치하는 것 모두 처음이다. 

정부는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법입원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겠다고 한다. 자해나 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 질환자를 법원 또는 국가 전담 기구의 결정으로 강제 입원시켜 참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미국·프랑스·독일·영국 등도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제때 치료를 놓쳐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걸 막는 측면이 있지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 질환자도 제대로 치료받고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