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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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에는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10.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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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태풍도 폭염도 쉴 새 없이 쏟아지던 빗줄기도 시간의 굴레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고,  들녘의 벼도 머리를 숙이고 수확을 기다린다. 조석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다가왔음을 암시하고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은 땀의 마침표다. 

봄부터 농부는 열매를 바라면서 땀을 흘린다. 농부에게 있어 열매는 기쁨이고 보람이다. 삶의 존재 의미다. 이렇게 자연은 호된 시련을 주기도 하고 또 반드시 인간에게 안식과 수확을 주기도 한다. 

가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가을이면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사람, 멋진 추억을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숱한 사연을 담아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며, 낭만에 젖고 추억을 만들고 싶은 욕망의 계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적당히 사색이 많아지고 외로움이나 슬픈 감정들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거나 매사를 좀 더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낭만적인 한때를 선사하기도 함으로써 대체로 팍팍한 일상을 보내는 우리에게 황량한 겨울을 버티기 위한 월동준비가 되기도 한다.

또한 낮은 곳을 알려주는 계절이 가을이다.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비움과 떠남을 묵묵히 보여주는 가을이 있기에 사람들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낮아지는 법을 터득하게 되고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한 인생으로 비유하자면 50대의 중년이랄 수 있는 가을은 질풍노도의 시기로 볼 수 있는 봄과 피 끓는 청춘의 여름의 경험 위에 쌓아 올린 풍성한 결실의 계절. 바로 풍요로운 시간들이다. 

아무리 힘든 태풍의 여름이 와도 이를 견디고 극복하면 또 평화의 시간, 결실의 계절인 가을은 오게 마련인 것이다.

결실의 가을, 수확의 가을, 하늘 높고 물 맑은 계절, 가슴속에 사랑과 낭만이 숨겨져 있고 단풍잎 속에 별과 달이 감춰져 있는 계절, 모두를 시인으로 만들고 소년․소녀로 만드는 낭만의 계절, 과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멋지게 황혼 낭만으로 가는 아름다운 계절 가을. 

한 해를 바라봄과 동시에 다음 해를 준비하는 가을, 지난여름 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온 인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비록 만족할 수 없는 한 해라 낙심해도 내일이 있으니 훌훌 털고 새로운 내일을 위해 준비하라 토닥이고 싶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윤동주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가 있다. 

올가을엔, 시처럼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열심히 살았는지,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자. 그리고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채우기 위해 뭘 해야 할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제 저 푸른 창공을 바라보면서 이 가을을 멋있고 맛있게 설계해야 할 때이다.

올 가을에는 흐뭇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귀뚜라미의 소리와 함께 삶의 보람이 주렁주렁 열리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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