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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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나름
  • 광주타임즈
  • 승인 2023.08.1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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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광타춘추]박상주 주필=태풍이 지나간 뒤 폭염주의보가 전국 대부분으로 확대되면서 무더위가 다시 시작됐다.

다시 고개 드는 무더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도 유달리 땀을 많이 흘리며 더위를 못 참고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 나 또한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지만 더위를 그렇게 힘들어하는 편은 아니다.

무슨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이치를 알고 사는 까닭이다. 여름이니까 덥겠지 으레 그러려니 하고 지내기 때문이다.

그렇다. 원인을 알면 그 결과에 불평불만이 없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괜히’나 ‘우연’이란 있을 수가 없다. 남보다 잘살고 더 많이 모으려고 하기에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고 날마다 죽을 지경이요, 더 높이 오르고 떨어지지 않으려 드니까 힘이 들고 고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자명한 이치를 두고 무엇이 어렵고 무엇이 힘들다고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식을 낳고 기르는 부모의 처지도 마찬가지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온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또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지는 순간, 축복에 축복을 더해도 모자란 경사이다. 하지만, 축복은커녕 왔다 간 흔적도 없이 세상을 떠나는 아기들도 있다. 

태어난 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가 2천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중에는 범죄와 연루된 정황도 적지 않았다.

철부지 어린애니까 속을 썩이고, 낳은 자식이니까 힘들여 기르고 가르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귀찮고 싫거든 애당초 낳질 말일이지 낳기는 왜 낳아 방치하고 심지어는 살해하고 유기까지 한단 말인가.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사회가, 또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없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네 자식 내 자식 따지지 않고 그저 다 같은 우리 자식으로 여기고 품어 키워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살려고 드니까 힘이 들고 어렵고 화가 나는 것이지 죽은 사람이 화내고 힘들어하겠는가. 그 원인을 알면 그 결과에 불평불만이 있을 수가 없다. 이 평범하고 쉬운 이치를 알고 사는 사람은 원망과 저주와 짜증을 잊고 분주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 세상 원망하며 상처받고 사는 것보다는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자기 속 편하고 남 안 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사는 것 아니겠는가.

욕심을 조금 버리고 살면 그 순간부터 행복일 텐데 뭐 그리 부러운 게 많고 왜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많아 발버둥 치는지.

잘났다는 사람들 들여다보면 별로 잘난 데 없이 늙어가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많이 안 배웠어도 자기 할 말 다 하고 당당하게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능력있다고 해서 하루 열 끼 먹는 것 아니고,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인생을 산다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다. 대중가요 가사처럼 그저 허물이 보이거들랑 슬그머니 덮어주고 토닥거리고 다독이며 서로 미워하지 않고 차 한잔하면서 열심히 둥글게 사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 훨씬 넘게 흘러가고, 여름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찾아올 때는 반갑고, 지내다 보니 조금 불편하고, 그렇지만 나름 즐겁고, 떠날 때가 되면 아쉬운 것이, 마치 어떠한 인연의 만남처럼 느껴지는 것이 계절이라고도 느껴진다.

2023년 계묘년의 여름이 떠날 준비를 하는 8월. 떠나는 계절 여름을 잘 보내고 다가오는 계절 가을을 잘 맞이하기 위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또한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일궈진 불평, 불만들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 또한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폭염의 무더위도 힘들다고만 느껴지지 않고 흐르는 땀방울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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