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36년 묵은 숙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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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36년 묵은 숙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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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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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항쟁 후 9차 개헌 때 야당이 헌법 개정 시안 제시
‘여·야 8인 정치회담’ 과정서 슬그머니 빠진 뒤 36년 간 헛돌아
文 정부, 民 다수 의석에도 공전, 2022 여·야 대선 공약 시험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

 

[광주타임즈]5·18 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앞두고 5·18 정신 헌법 전문(前文) 수록에 대한 각계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개헌으로 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조문 앞에 있는 공포문이다.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국가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국가의 변화·발전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건은 무엇이었는지 등 크게 3가지를 품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으로 시작하는 433자 분량의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이념 계승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 헌정사와 한국 민주주의에 획을 그은 ‘5·18 민주화운동’을 포함시켜 5·18 정신을 헌법규범화하자는 게 요지다.

5·18 헌법 전문 수록이 처음 거론된 때는 1987년이다. 6월 항쟁 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9차 개헌이 이뤄질 당시 야당 통일민주당이 내놓은 헌법개정 시안에 처음 등장한다. ‘4·19 의거와 5·18 광주의거로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하는 국민의 권리를 극명히 했고, 군인의 정치 개입을 단호히 반대하고 문민정치의 이념을 천명함으로써…’라는 문구가 제시됐으나, 여야 8인 정치회담 과정에서 ‘5·18 계승’ 부분이 빠지면서 유야무야됐다.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제’ 아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으로 권력이 이어지는 동안 5·18 헌법 전문 수록은 정치권과 학계, 5월 단체와 시민사회 진영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요구됐으나 ‘개헌의 벽’에 부딪혀 공전을 거듭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찬성이라는 녹록찮은 법적 절차에 정치적 갈등구도까지 발목을 잡았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 안종철 부위원장은 당시 “199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5·18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빛낸 위대한 항쟁”이라며 “더 늦기 전에 헌법 전문에 그 정신과 가치를 당연히 수록해야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촛불혁명’으로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헌론에 다시 불이 붙었고 대통령 발의로 헌법 전문 수록 문제가 급부상했으나 임기 5년 내 국민적 합의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렇다할 힘을 쓰질 못했다.

다시 찾아온 2022년 대선, 여야 유력 후보들은 너나 없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첫 5·18기념식에서 이를 재차 공식화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한 발 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36년 묵은 숙제인 5·18 헌법 전문 수록은 5·18 43주년을 맞아 다시 화두로 떠올랐고, 정치권은 명쾌한 응답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요구받고 있다.

“5·18 정신을 전 국민에게 확산시키고 뿌리내리는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헌법에 수록하는 것이다”는 주장에서 “헌법 수록은 5·18 정체성 확립과 왜곡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입장까지 각계의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5·18 묘지 참배 후 “원포인트든, 대폭 개헌이든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진정성 있는 개헌안에 빨리 합의할 수 있다면, 그 개헌에 5·18 정신을 포함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라며 정치권 합의를 촉구했다.

17일 퇴임 후 처음으로 5·18묘지를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5·18항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면서 “우리 정치권이 함께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일”이라며 5·18 정신 헌법 수록에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취임 후 첫 5·18기념식에서 “오월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밝힌 법조인 출신 윤 대통령이 두 번째 5월을 맞아 대선공약인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선언할 지, 어떤 로드맵을 제안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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