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방관속 오염된 물에 노출된 전남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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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방관속 오염된 물에 노출된 전남 학생들
  • /임창균 기자
  • 승인 2023.05.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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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맑은물 공급위한 배관 세척사업 적극 추진
일선 학교, 수질검사 결과 맹신하며 예산 반납 등 ‘둔감’
‘양호’ 수질검사 결과도 실제 배관 오염 반영 못해
곡성군 겸면 죽산리 마을회관 화장실 세척.
곡성군 겸면 죽산리 마을회관 화장실 세척.

 

세면대와 샤워기에서 탁한 구정물이 쉴 새 없이 나온다. 깨끗한 줄만 알았던 급수 배관 내 이물질이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 활발히 진행되는 배관세척사업

곡성군은 지난 4월부터 경로당 급수 배관세척사업을 실시했다. 고압세척 장비를 이용해 노후된 배관 내부를 깨끗이 세척하고 이물질을 제거해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는 목적이다. 이번 사업은 곡성군이 올해 처음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로당 및 마을회관 46개소가 대상이었다. 곡성군은 이번 사업에 대해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아 지속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배관 세척사업은 현재 곡성군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공서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광주·전남의 일선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에서도 세척 작업을 완료했거나 계획 중이다. 

대부분의 배관 세척 전문 업체들은 물과 공기압만을 이용한 공법을 통해 세척을 시행한다고 알려졌다. 배관 내에 딱딱하게 부착된 스케일과 이물질들을 배관 손상 없이 제거할 수 있으며, 물과 공기만을 사용하기에 화학약품에 대한 염려 없이 수돗물 품질을 개선 할 수 있다.

 

■ 강화된 수도법과 수질검사
이 같은 세척사업을 실행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강화된 수도법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9.4%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5% 정도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여기에는 수돗물 위생에 대한 불안감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이에 환경부는 2019년 ‘먹는 물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수도법’을 개정했는데, 주요 내용은 ▲건축연면적 5000m²(1512평) 이상인 시설의 일반수질검사 정례화, ▲탁도, 색도, 수소이온농도, 철, 납, 구리, 아연 등 7가지 중 1개 항목이라도 기준에서 초과 시에는 소독이나 세척 등 위생조치실시, ▲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이다.

배관 내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겉으로 보이는 물은 깨끗하기 때문에 건축물 관리자는 수질검사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관 세척 전문 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양호’로 판정된 수질검사결과가 실제 배관 내 오염도를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많은 공공시설에서 수질검사 결과만을 믿고 위생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양호’ 수질검사 결과를 받은 관공서와 학교 등에서도, 실제 세척공사를 진행하면 오염 및 유해성분이 100% 검출됐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영광군 홍농유치원 세면대 세척.
영광군 홍농유치원 세면대 세척.

 

■ 방관하는 전남 일선 학교들

가장 취약한 곳은 일선 학교들이다. 노후 된 급수 배관에는 각종 이물질이 쌓이고, 여기서 발생한 유해화학물질이 수돗물을 오염시켜, 설사, 아토피, 장티푸스와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지 않더라도 손을 씻거나, 식재료를 씻는 과정에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과민한 피부를 가진 영‧유아나 노약자는 각종 중금속이 함유된 물을 통해 아토피, 알레르기 반응 등 각종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 만일 학교에서 급수배관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일주일 중 5일간 급식, 복용, 세안 등을 통해 학교에서 오염된 물에 노출된다. 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취임 후 학생들의 건강이 교육목표의 최우선임을 강조했고, 도의회에 배관세척 사업의 필요성을 인식시켜 작년 최초로 시범사업 예산을 만들어 금년 1월부터 신청한 학교에 대해 예산을 배분해 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신청한 학교마저도 일부는 수질검사 결과를 들어 불필요한 행정업무라며 예산을 반납하거나, 일부 학교는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설업체에 세척공사를 시행했으며, 학교 행정담당자끼리 연락해 해당 업체를 소개받아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의지와 일선학교의 대응이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의 마련과 분배까지가 도교육청의 업무이고, 시행은 일선 학교의 몫이다 보니, 교육청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사실상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려 한 사업의 취지가 퇴색돼버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도교육청은 발생한 문제점을 보완해 올해 상반기에 다시금 일선 학교에 사업의 수요를 조사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 담당자들이 사업필요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고, 행정적 불편함을 이유로 드는 등 소극적인 업무자세로 일관해, 수요가 적어 예산조차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교육과 건강을 책임지는 교육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계속해서 일선 학교에 사업의 취지와 필요성을 인식시켜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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