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공개, 소득 분배의 정의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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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공개, 소득 분배의 정의 고민해야
  • 광주타임즈
  • 승인 2014.04.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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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타임즈] 편집국장 김미자= 우리나라는 반(反)기업 정서가 강하다.

기업이 망하는데도 많은 돈을 챙겨가는 경영자들이 도마에 오르곤 했고, 초라한 경영성과 에도 거액의 급여를 챙긴 대기업 임원들이 심심찮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 연봉이 일제히 공개된 이후 곱지 않은 시선과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임원 연봉 공개 제도가 기업인들의 목을 죄는 사실상 ‘마녀사냥’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외도를 벌인 일부 기업인들, 즉, 사법처리 됐거나 경영성과가 저조한 기업인들이 거액의 급여를 챙겼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재계 전체에 대한 실망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악화된 여론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재계는 묘수를 찾고 있다.

일부 오너 경영인들은 급여를 반납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급여 331억원 중 형사 사건으로 법정구속되면서 경영이 어려웠던 2012년 이후 급여 200억원을 돌려줬다.

계열사 등기이사직 일괄 사퇴를 밝힌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사상 최대의 성과를 냈던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계열사의 지난해 성과급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올해부터 SK㈜와 SK하이닉스에서 무보수 집행임원으로 일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주력 계열사 GS건설이 영업적자를 냈던 GS그룹의 허창수 회장도 악화한 작년 실적을 고려해 올해는 연봉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들은 이들 오너 기업인들의 자발적 임금 반납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장본인들이 스스로 결정했으며, 연봉 공개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427억원을 기록했는데도 오너 경영인인 박찬구 회장은 42억41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난 점은 오너 경영인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칫 이번 상황이 그동안 잠잠했던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사회적 이슈로 이만한 재료가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고액 연봉자가 CEO든 현장 근로자든 ‘연봉 대비 가치창출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순전히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진단다. CEO가 받는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그만한 가치를 하고 있느냐가 논란의 핵심인 것이다. 반면 우리는 받는 액수가 문제다. 그저 많이 받으면 문제가 된다.
비정규직과 실업자가 넘쳐나고, 사회 양극화가 극심한 우리 사회 정서상 고연봉은 환영받지 못한다. 연봉 액수와 가치 창출을 연계해서 논의할 수 있는 풍토가 되게 소득 분배의 정의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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