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밖 내몰린 청년들…“현황부터 꼼꼼히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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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밖 내몰린 청년들…“현황부터 꼼꼼히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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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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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짐없는 행정지원에 앞서 자립훈련 장치 필요 강조
관련 시설들, 퇴소 이전 교육·지원 시스템 개선 필요
보호 연장 결정 이후 법적장치 등 추가 대책 마련도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해 7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 지원강화 방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해 7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 지원강화 방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타임즈]최근 광주에서 아동양육시설 출신 청년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자립준비청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사후지원 대책에 초점을 두는 모양새지만, 전문가들은 시설 퇴소를 앞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응 교육·계획이 무엇보다 다시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사후 지원 누락 우려…현황 파악부터 다시해야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지역 내 자립준비청년은 모두 236명에 이른다. 양육시설 출신이 118명으로 가장 많고, 위탁가정 출신과 공동생활가정 출신도 각각 93명과 25명으로 파악됐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위탁가정 포함)을 퇴소 직전 2년 이상 이용한 청년들로, 보건복지부 자립지원금·정착금 지원 대상이다. 시는 이들에게 5년간 매월 35만 원의 지원금을, 1회에 한해 1000만 원의 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시는 광주에서 2명의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숨진 것을 계기로 “자립준비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심리지원 맞춤형 상담 진행 등 추가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자립준비청년은 현재 시가 파악한 규모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자체가 파악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수는 지원금 규모에 근거하고 있는데, 이 지원금을 주는 곳이 퇴소 시설의 주소지가 있는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시설에서 퇴소한 후 주소지 전입을 하지 않은 채 광주에 사는 청년들은 시의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광주아동복지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6월 말 기준 지역 내 자립준비청년은 380여 명에 이른다.

지원금 수급 자격에 들지 않아 시의 집계 대상에 들지 않는 청년들이 있을 수도 있다. 양육시설에서 중도 이탈한 채 성인이 되거나 보호 종료 이전에 가족에게 돌아가는 사례 등이다.

실제 지난 24일 광산구 한 아파트에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A(19·여)씨의 경우 지난해 전북 한 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이후 원래 가족에게 돌아가면서 광주시의 자립준비청년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타지역 자립준비청년이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주소지 전입을 신고했을 경우 지원금 지급 주체가 퇴소지 기준 지자체에서 주소지 기준 지자체로 옮겨온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조사를 벌여 사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의 수를 정확히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퇴소 직전 사회적응 교육·계획 수립 촘촘해야

아동양육시설 등의 입소자에게는 보건복지부의 ‘자립준비지원 표준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미취학부터 보호 종료 시점까지 ▲일상생활 ▲지역사회 자원활용 ▲자기보호 ▲사회적기술 ▲돈관리 ▲진로탐색 ▲직장생활 ▲다시집떠나기 등 8개 영역을 4단계에 걸쳐 가르친다.

그러나 이 교육이 의무에 따른 집체교육으로 흘러가고 있어 개선 필요성이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가정 외 보호아동의 자립준비 실태와 자립지원 체계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양육시설 현장에서 적용되는 프로그램은 대체로 기대효과보다 의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프로그램의 수행 여부가 시설지원금에 영향을 주는 탓에 종사자들 사이에 “일률·반복적이라 효과가 작다”는 반응이 확인됐다. 수행 기관이 정해진 것도 아닌 데다 교육계획 또한 통일성이 없어 가이드라인 수준에 그친다는 응답도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한 시설 종사자는 “아동들의 욕구를 일일이 조사해 별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만 15세 이상 입소 아동들의 ‘자립 지원 계획서’는 법적 의무에만 종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획서는 시설이 입소 아동의 욕구 등을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퇴소 후 자립에 필요한 요소를 준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행정의 감시가 없고 자립계획 이행 여부의 단순 점검 의미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연구보고서는 “시설 유형과 무관하게 현재 방식에 한계가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몇몇 항목에 대한 단순 체크 수준으로는 자립 계획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다른 시설 종사자도 “자격증 따기로 한 약속 등 이런 (목적 달성) 체크로는 소용이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만 24세까지’…보호 연장기간 동안 추가 교육·지원돼야

지난 6월 22일부터 개정 아동복지법이 시행되면서 양육시설 등에 입소한 아동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조건 없이 더 머무를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대학진학 등 이유가 아닐 경우 만 18세가 되던 해 자립지원·정착금을 받고 퇴소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보호 연장이 가능해졌지만 6년 동안 추가로 시설에 머무르면서 받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미흡한 실정이다. 자립준비지원 표준화 프로그램의 경우 만 18세 퇴소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성인이 된 보호 대상에 적합하지 않다.

또 보호 연장을 일부 양육시설이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양육시설 지원금 규모의 일정 부분이 입소 아동들의 수와 관계돼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의 경우 아동양육시설에 ‘생계급여’ 명목으로 시비를 지원하고 있다. 30인 이상 보호 아동을 데리고 있는 시설에는 1명당 25만8669원, 30인 미만은 1명당 28만 7725원이 지원된다. 여기에 설과 추석 전월에는 한 명 당 5만 원씩, 매년 10월에는 ‘월동대책비’ 명목으로 한 명당 4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
 

단순히 보호 연장에 그치는 것을 우려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아동권리보장원이 2020년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취업지원 활성화 방안’은 “준 성인기에 해당하는 만 18~24세는 다양한 시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인턴 채용 가산점, 우선 채용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24세 이후 적성을 발견하고 제대로 된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에도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모든 제도적 지원을 연결해 위기 지원이 가능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정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호 연장기간 지원 대책이 아무것도 마련되지 않은 채 법만 개정됐다. 기존 자립준비지원 표준화 프로그램의 확대 적용은 적정 연령대를 벗어나 불가능하다”며 “시설 내 인력 충원, 보조금 부당 수령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여러 사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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