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앞 불안한 고교학점제…눈치보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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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앞 불안한 고교학점제…눈치보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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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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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교학점제 반영한 대입전형 개발 유도
尹 “정시 확대”와 상충해 대학들 “눈치 보는 중”
“수도권 정시 늘리면 정원 미충원 심각해질 것”
교육부 “인수위 구성 완료되면 협의해 나갈 것”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					/뉴시스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 /뉴시스

 

[광주타임즈] 윤석열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이 어떤 대입 정책 기조를 보일지에 일선 대학들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정권 교체기 교육부가 현 정부 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에 기반한 대입 정책을 시간표대로 추진해가는 가운데 신입생 모집이 급한 대학들의 고민이 크다.

새 정부가 대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정시 확대를 공약했던 만큼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 계획은 재검토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아직은 분명한 것이 없다.

수도권 지역 대학에 정시를 늘리면 비수도권 정원 미달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대입 정책 기조를 반영한 평가 지표를 설계하고 국고를 마중물 삼아 도입을 유도하는 성격의 사업이다.

한 예로 2018년 국가교육회의가 정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2022학년도까지 30%로 확대할 것을 권고한 뒤 이 사업으로 실행을 유도했다.

또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상위권 16개 대학의 정시 모집비율을 40%까지 확대하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역시 평가 지표에 반영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존 2년에서 최장 3년으로 기간을 늘린 이번 사업의 평가 지표 핵심으로는 고교학점제가 꼽힌다.

고교 선택과목 및 성취도 평가 반영 계획(5점) 등 고교학점제 관련 지표가 100점 만점에 20점을 차지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원하는 과목을 이수한 뒤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본래 올해부터 전면 시행하려다 그 시기를 2025년으로 미뤘다.

이번 사업을 비롯해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시행이라는 시간표를 밟아가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하는 연구·선도학교는 지난해 전체 고교 61%인 1457개교에 달한다.

교육부는 올해 84%까지 비중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새 교육과정 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발표하고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하며, 올해 하반기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 고1이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도 예고돼 있다.

이미 정책 연구가 진행 중이며 국가교육위원회 검토를 거쳐 내년 상반기 대입 개편 시안을 마련하고, 2024년 2월 공식 발표한다는 일정이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수능 위주 정시를 확대하되 충원 어려움이 있는 지역 대학에 예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는 점이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불공정한 면이 있다는 여론을 따른 것이다.

대입전형도 단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계에서는 현행 수능 체제를 유지한다면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다.

선택과목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지면 국·영·수·사·과 5개 영역별로 구성된 수능이 이를 소화하기 어렵다. 또 고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대입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릴 수 있어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거나 논술형 문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 교육정책분과위원장을 맡았던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고교학점제는 재검토한다는 입장은 맞다”면서 “준비되지 않았는데 추진을 너무 빠르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교학점제의)취지는 알겠지만 취지대로 확산하려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부처별 업무를 인수위가 보고받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할 지 등을)새롭게 검토될 것”이라며 “교육부가 2024년 2월 새 대입 개편안을 마련한다고 했고 고교학점제도 아직은 확정된 게 아니라 추진 과정에 있기 때문에 (숙고할)시간이 있다”고 밝혔다.

일정, 도입·유예 여부, 시기 등 무엇을 검토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당분간 고교학점제와 수능이 공존하는 현재의 과도기적 단계가 유지될 수 있다.

만약 고교학점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다면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대입전형을 대폭 개편하기 위해서는 이를 해당 수험생 입학 4년 전에 공표해야 한다는 현행 고등교육법상 사전예고제 때문이다.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마련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교육부가 정한 시간표가 애초에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 교체

기로 정부조직법 개정,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고 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새 정부로서는 대입 정책을 내놓기 부담스러운 시기라 고교학점제를 추진한다더라도 불가피하게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학 입학처장, 입학사정관 등 실무자들 사이에서 고교학점제 자체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소재 지역 등 고교 여건에 따라 운영 가능한 선택과목의 질적 차이가 분명한데 고교학점제를 너무 빨리 시행한다는 비판론, ‘능력중심사회’를 표방했던 박근혜정부가 마련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고교 일반선택과목, 진로선택과목 개설)처럼 결국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강화하는 제도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긍정론이 공존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도권 대학 중심의 정시 모집비율 확대가 가속화하면 비수도권 대학 정원 미달 사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데에는 다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현 고3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대학의 모집비율은 수시가 78%, 정시가 22%다.

비수도권 대학은 수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을 정시와 추가모집으로 채워야 하는데, 정시 모집비율이 40%를 넘는 서울 주요 대학 등이 먼저 다 뽑아가다 보니 미달 사태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비수도권 소재 대학 입학처장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전에 눈치를 보고 있고, 어떤 전형을 마련해야 학생이 올 지 고민 중”이라며 “수도권 갈 애들은 수시에서 합격해버리면 못 가는데 지방대를 정시로 (원서를)쓰겠나. 정원보다 학령인구가 적은데 그러면 비수도권은 미달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입학사정관 출신 한 대학 교수는 “지방대는 경쟁률 자체가 2대 1, 3대 1 안 되는 대학이 많다”며 “지방대들은 수시로 뽑는 비중이 높고 정시 준비하는 학생들 자체가 없다. (수도권 대학) 수시 비중을 너무 낮추면 (지방대가)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 관료 출신으로 2013년 장관까지 오른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낸 저서 ‘대입제도 신분제도인가? 교육제도인가?’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추진한 고교학점제는 다음 정부의 정책 결정 권한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대못 박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전 장관은 “만약 다음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비롯해 이번 정부가 결정한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커지고,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진다”며 “이상(理想)과 당위(當爲)가 아닌 현실의 문제”라 우려했다.

예측 가능성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내부 검토를 거쳐 새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문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국장)은 “중요 원칙은 수험생 예측 가능성을 보호하고 대입 정책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당선인이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수능 모집비율을 확대하는 공약을 알고 있고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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